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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온라인 판매만 고집했던 레이쥔 회장이 마음 바꾼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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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레이쥔 샤오미 회장 /사진=샤오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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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EO열전-20] 2010년 창업해 4년 만에 애플과 삼성전자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을 누르고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했던 레이쥔 샤오미 회장이 최근 마음을 바꿨다. 마케팅과 유통 비용을 줄이고 그 대신 가격과 품질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취했던 온라인 판매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제품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현재 100여 개 브랜드숍을 중국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앞으로 3년 안에 오프라인 매장을 10배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2016년부터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더니 급기야 오포와 비보 같은 후발 업체에 밀리고 있는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통 채널의 다변화가 소비자와 함께 제품을 만든 원칙을 저버린 것은 아니다. 지난 4월 미국 하버드대 강연에서 레이쥔 회장은 샤오미의 이런 전략을 거듭 강조했다. "제품 개발에 소비자를 참여시키는 것은 낚시꾼이 물고기를 잡으며 느끼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과 같다. 사용자 의견을 끊임없이 들으면서 제품을 개선하고 새 소프트웨어 버전을 매주 발표하는 이유다. 다양한 방식의 효율성도 중요하다. 이는 마케팅과 유통 비용을 최소화하며 싸고 높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비결이다."

제품 개발에 소비자를 거의 실시간으로 참여시키고 오직 입소문에 의지해 온라인에서만 제품을 판매하며 성공한 기업은 샤오미 이전에는 거의 없었다. 레이쥔 회장이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젊은 시절 겪었던 실패 경험이 자양분이 됐다. 능력이 모자라 실패했던 건 아니었다. 그는 타고난 수재에 가까웠다. 명문 고등학교를 나와 장학생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컴퓨터를 전공했는데 대학 시절 프로그래밍 책을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도 했다. 뛰어난 학습 능력과 두뇌 덕에 풍족한 학창 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레이쥔 회장은 대학 졸업 후 컴퓨터 회사를 창업했다. 중국어를 구현하는 PC카드를 만드는 벤처기업이었다. PC 수요가 급속히 증가할 조짐이 보였던 시기였다는 점에서 분야를 잘 선택했으나 예상하지 못한 복병을 만났다. 중국 시장에 범람했던 복제품들이 발목을 잡았던 것이다.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제품을 개발했지만 회사를 계속 이끌어갈 정도의 매출을 올리지 못했다.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첫 사업에서 쓴맛을 본 그는 PC 호환 중국판 워드프로세서 개발 업체인 킹소프트에 입사했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노력한 만큼 결과를 내지 못했다. 개발부서에 합류해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며 혼신의 힘을 쏟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세계적 기업들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

하지만 20·30대 겪었던 시련과 좌절, 실패는 헛되지 않았다. 2010년 샤오미를 설립하면서 활짝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샤오미도 초기에는 크고 작은 실수가 있었으나 레이쥔 회장은 과거 잘못을 교훈 삼아 한계를 돌파해나갔다. 그리고 성공의 해법을 찾았는데 그것이 소비자와 손잡고 제품을 만든다는 전략이었다.

샤오미는 등장하자마자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처음엔 애플 짝퉁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가격 대비 성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비싼 애플을 살 수 없는 중국 젊은이들이 열광하며 짧은 기간 안에 '미팬'으로 불리는 충성 고객이 급증했다. 소프트웨어를 수시로 업데이트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성능과 디자인을 곧바로 적용하다 보니 별도 영업이 필요 없을 만큼 판매가 잘됐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중국에서 스마트폰 판매 1위에 오르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러나 당시에도 레이쥔 회장은 샤오미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샤오미가 명실상부한 세계 스마트폰 업체로 인정받으려면 미국과 유럽에서도 판매할 수 있어야 하는데 치명적 단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특허 문제였다. 그때만 해도 샤오미는 판매량에 비해 보유하고 있는 특허는 매우 빈약했다. 처음부터 애플을 비롯한 기술과 디자인 선도 기업 제품을 모방하며 성장했기에 자국 기업의 특허 침해에 관대한 중국을 벗어나기 힘들었다. 2014년 말에는 스웨덴 통신장비 업체인 에릭슨의 특허 침해 고발로 인도에서 판매 금지 처분을 받았고 미국 진출도 모색 단계에서 좌절됐다. 기껏해야 스마트폰 관련 액세서리들을 수출하는 수준에 그쳤다. 레이쥔 회장은 당시 중국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애플과 삼성전자 등 경쟁 업체가 스마트폰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해외 진출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샤오미가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까지 휴대폰 시장의 절대강자였던 노키아와 교차특허계약을 체결한 것은 의미가 있다. 레이쥔 회장은 계약 체결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노키아는 스마트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통신표준 분야에서 세계 일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노키아가 보유한 특허를 기반으로 세계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샤오미는 MS와도 협력해 1500개 이상의 기술특허를 구매하고 교차특허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레이쥔 회장의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그는 한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눈길을 끄는 견해를 피력했다. 애플 같은 스마트폰 제조사는 그의 벤치마킹 모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창고형 할인매장을 운영하는 코스트코와 가치 체계가 같다. 소비자들이 더 좋은 제품을 싼값에 사용하기를 원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세계시장에서도 중국에서 진가를 발휘했던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로 승부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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