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정규직 전환 비용, 정규직 임금 인상률 낮춰서 마련"
노동계 "일방적 양보 강요말고 사회지도층부터 솔선수범을"
이성기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 20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정규직 연대로 추진한다"며 "같은 기관 내에서 일하는 정규직들이 협조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 세금으로는 처우 개선을 하기 어려우니 기존 정규직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무기계약직 등으로 전환되는 근로자 처우를 개선하려면 기존 정규직의 임금 인상률은 낮추고, 무기계약직의 인상률은 높이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HR디자인연구소가 고용부 의뢰를 받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공공기관 무기계약직의 40.3%는 정규직과 비슷한 일을 한다. 그러나 평균 연봉은 2017년 현재 4084만원으로 정규직(6890만원) 59%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파견·용역직을 무기계약직 등으로 전환하면서 아낄 수 있는 용역업체 관리비·이윤 등을 처우 개선에 쓸 계획이지만, 이 정도로는 충분한 재원 마련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도 고용 형태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동의한다. 하지만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선 기존 정규직의 임금 양보 대신, 정부가 재원을 추가로 들이거나 사회지도층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은 지난 21일 상임집행위 워크숍에서 "노동자에게 일방적인 희생과 양보만 강요하는 사회적 대화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회적 대화가 가능하려면 대통령부터 국회의원, 장·차관, 대기업 총수 등 사회지도층부터 솔선수범해 기득권을 양보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도 적용될 수 있는 말"이라고 했다. 민주노총도 20일 낸 보고서에서 "매년 추가 예산 소요가 발생할 수 있으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저임금 해소에 정부·공공기관이 (재원 마련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노동 전문가는 "기존 정규직 노조가 기득권 고수 입장을 버리지 않을 경우, 정규직 전환 대상 비정규직과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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