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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최보식이 만난 사람] "불과 40년 만에 4분의 1로 줄었다… 인구 死守가 가장 절박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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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절벽'과의 戰爭… '지자체 인구 꼴찌' 권영택 영양군수]

"작년 신생아 68명인 것도 그나마 다문화 여성이

아이들을 낳아준 덕분… 이들이 전국 농촌을 지탱"

"郡 전체 인구가 적으니 內需가 형성되지 않아

시장에는 살 물건이 없고 가격은 타지보다 비싸니…"

경북 영양(英陽)은 초행이었다. 서울에서 중간에 딱 한 번 쉬고 차를 몰고 가니 4시간 10분 걸렸다.

며칠 전 방송에서 '경북 영양(英陽)이 지자체 중 인구 꼴찌'라는 뉴스를 우연히 본 게 발단이었다. '저 속에 흥미로운 얘기가 있겠구나' 하는 직감이 왔다. 하지만 도착지가 가까워질수록 머릿속에는 '폭염 속에서 힘들게 찾아갈 만큼 의미가 있을까' 의문이 생겨났다.

영양군의 면적은 서울의 1.3배다. 비록 80%가 산(山)이라 해도 그 면적에 인구는 1만7600명밖에 안 된다. 전국 243개 자치단체 중 242위다. 울릉도가 맨 꼴찌이나 좁은 섬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영양군이 '사실상 꼴찌'인 것이다. 군(郡)의 인구 수가 내가 살고 있는 서울 M아파트 단지의 주민 수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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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택 영양군수는“인구 절대 감소로 이미 군(郡)의 기능이 무너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보식 기자


지금껏 이런 인구 통계 순위가 뉴스가 된 적이 없었다. 영양이 갑자기 '인구 꼴찌 지자체'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얼마 전 '인구 감소지역 통합지원' 정부 공모 사업에 선정되면서다. 이게 자랑할 일인지, 영양군은 보도자료를 내며 교부세 10억원을 지원받게 되는 사실을 적극 홍보했다. 그러면서 "국비와 지방비 등 23억여 원을 투입해 '인구지킴이 민관공동체 대응센터'를 운영하고 2025년까지 인구 2만명을 회복하겠다"라며 기염을 토했다.

권영택(55) 영양군수는 마흔한 살의 젊은 나이에 당선돼 내리 3선(選)째다. 이렇게 말문을 꺼냈다.

―지자체가 인구가 적은 걸로도 각광받을 수 있군요.

"영양은 전국에서 4차선 도로가 없는 유일한 자치단체입니다. '육지의 섬'이라고도 했습니다. 누가 산골 오지의 인구 문제에 관심 있겠습니까. 이번에 정부 공모 사업에 선정된 계기로 '이대로 가면 큰일 난다'고 언론에 알린 겁니다."

―큰일 난다는 게, 군(郡)의 존립이 흔들린다는 뜻입니까?

"흔들리는 차원이 아니라 이미 군의 기능이 무너졌다고 봐야 합니다. 자치단체로서의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실제로 '지자체 우선통폐합 대상 1호'니 '지역소멸 위험도 1위'로 지목됩니다."

―줄어드는 인구가 군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칩니까?

"군에서 중앙정부로부터 예산을 간신히 따와 수영장과 작은 영화관 등 시설을 갖춰놓지만 그 뒤로는 관리 유지가 안 됩니다. 군 단위에서 얼마간 자급자족이 되려면 면적 대비 인구가 어느 정도 있어야 됩니다. 안 그러면 내부적으로 경제 순환이 막혀버립니다."

―외관상 영양은 전혀 퇴락한 모습은 아니더군요. 읍내 거리나 농가 마을도 잘 정비돼있는 것 같았고요.

"고추나 인삼·담배·고랭지 채소 농사를 지어 개인 소득은 꽤 높습니다. 하지만 전체 인구가 적으니 내수가 형성되지 않습니다. 시장에는 물건이 없습니다. 살 사람이 적으니 물건을 갖다놓을 수가 없지요. 가게 문을 열어놔도 거래가 없습니다."

―어쨌든 사람이 모여 사는데, 소비가 생길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장사가 안 되면 한 번 팔 때 가격을 올려 많은 이득을 남기려고 합니다. 가령 간고등어 가게에서 열 마리를 팔면 이윤을 한 마리쯤 남기는데, 안 팔리니까 두 마리를 팔아 한 마리를 남기려고 합니다. 그러니 누가 사려고 합니까. 군민들은 급하지 않으면 여기서 안 삽니다. 상점의 물건값은 더 비싸지고 소비는 더 안 되는 악순환이 됩니다. 이곳 음식점 주인이 서울 아들네 집에 다녀오면서 자동차에다 배추·대파를 한가득 사서 왔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군민들은 어디서 생필품을 구입합니까?

"금방 필요한 것은 몰라도 대구나 안동에 가서 구매합니다. 외부인들이 여기에 들어와 큰 공사를 할 때도 공구나 장비 등을 바깥에서 구입해 들어옵니다. 간단한 철물을 사려고 해도 여기서는 더 비싸니까요. 심지어 콩나물 등 식재료까지 바깥에서 모두 사갖고 들어와 식사를 직접 해먹습니다. 돈을 벌어 나갈 뿐 여기서 돈을 쓰지는 않는 겁니다. 제가 참다못해 '적어도 인부들 식사는 군내 식당에서 이용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습니다."

―영양군이 제 기능을 하려면 인구가 얼마쯤 돼야 한다고 봅니까?

"적어도 3만명 이상은 돼야 합니다. 그 숫자 중에 고령층이 많아서는 안 되고, 고른 세대 분포가 돼야 합니다."

―영양군의 세대별 인구 분포는 어떻게 돼 있습니까?

"10세 이하가 920명, 10대는 1150명입니다. 20대와 30대는 합쳐서 2500명쯤 됩니다. 40대는 2000명 선입니다. 반면 50대, 60대, 70대는 각각 평균 3000명 선입니다. 80대 이상이 1500명입니다.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전체의 3분의 1인 셈입니다. 상당수가 농사일이 힘들어 직접 못 짓습니다. 군에서 베트남의 한 도시와 협약을 맺고 농번기에 55명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경로당만 161개소이지만 어린이 놀이터는 아직 한 군데도 없습니다."

―1970년대 중반에는 영양의 인구가 7만명이나 됐다고 들었습니다.

"불과 40년 만에 4분의 1로 준 겁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등·하교 시간에는 읍내가 학생들로 북적댔습니다. 영양 초등학교 전교생이 1600명이었고, 중·고교생 수는 1500명쯤 됐습니다. 요즘에는 한 학년 학생 수가 60명 안팎입니다."

―1990년대 들어 3만명 선이 무너졌고, 군수께서 취임하던 2006년에 2만명 선 아래로 떨어졌지요?

"그때부터 '인구 절벽' 비상이 걸렸습니다. 영양군에서는 인구를 지키는 게 가장 절박한 과제가 됐습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출산장려금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최근 들어와 셋째 아이를 낳으면 1200만원까지 주기로 했습니다. '아기탄생기념 나무공원'까지 조성했습니다. 부모와 아기가 함께 나무를 심고 축하 메시지를 남기는 겁니다. 현재 250여 그루 나무에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단기간에 급격하게 인구가 준 첫째 이유가 뭘까요?

"영양 고추가 전국을 장악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입 고추가 들어오고 다른 지역에서도 고추 농사가 확산되자 영양의 농가 소득이 무너졌습니다. 여기서 먹고살거나 자식 교육이 힘들어지니 떠날 수밖에 없지요. 다른 농어촌 지역도 비슷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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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분석해본 결과 전국적으로 80군데가 '인구 소멸 위험지역'으로 나왔지요?

"소멸 위기 지수 계산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로 20~39세 가임(可妊) 여성 수를 나눈 값입니다. 0.5 이하면 위험지역으로 분류됩니다. 경북 의성이 1위고, 영양은 8위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5만명 남짓한 의성보다 인구 수가 가장 적은 영양이 현실적으로 가장 소멸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의 인구 감소율을 적용했을 때 2049년 영양 인구는 9752명으로 예측됐습니다."

―지금도 인구 감소는 계속 진행되고 있겠지요.

"최근 10년간 매년 2백~3백명씩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외지로 빠져나갈 젊은 사람들은 다 빠져나간 상태라 자연 감소 때문입니다. 작년에 68명이 출생한 반면 218명이 사망했습니다. 출산율 대비 노인 사망률이 세 배 더 높은 거죠."

―농촌의 어떤 마을에서 몇 년째 아기 울음소리를 못 들었다는 얘기가 과장이 아니군요.

"신생아가 68명이 되는 것도 그나마 다문화 여성이 아이들을 낳아준 덕분입니다. 군내 다문화 가정은 170가구쯤 됩니다. 실질적으로 이들이 전국의 농촌을 지탱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인구 수를 늘리기 위해 공무원 가족은 물론 친지까지 주소지를 영양으로 옮기도록 해왔다고요?

"군청 직원, 경찰관, 소방관, 교사들 중 20% 이상이 안동에서 출퇴근합니다. 가족은 다들 안동에 있고, 여기서 돈 벌어 그쪽에서 쓰는 겁니다. 한때는 이런 군청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지만 그만뒀습니다. 자녀가 안동에서 학교를 다니길 원하는 등 나름대로 개인 사정이 있을 테니까요. 인구를 지키려면 이들이 영양에서 살고 싶게 만들어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방법이 있습니까?

"가임여성들에게 출산 의욕을 줘야 합니다. 이들에게 물으면 '아이를 낳고 기를 형편이 안 된다'고 합니다. 각 개인에게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부부들이 한 달에 한 번 농사나 집안일에서 벗어나 둘만의 시간을 갖도록 해주거나 군(郡)에서 공동 육아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인구 회복을 위해서는 학교와 의료 문제도 해결돼야 합니다."

―영양군에는 병원 1곳과 치과 3곳이 있지만, 산부인과는 없다고 들었습니다.

"산부인과를 가려면 자동차로 50분 거리인 안동까지 나가야 합니다. 사실 안동에도 산부인과는 잘 안 됩니다. 노인들이 많은 지자체에는 치과와 통증치료과가 잘 됩니다. 만약 파산한 치과 의사가 있다면 여기로 오면 돈 법니다. 그럼에도 의사들은 오려고 안 합니다. 응급치료 체계를 위해 봉급을 세 배나 주겠다고 해도 전공의가 응모하지 않았습니다."

―의사들이 안 오겠다면 무슨 방법이 있습니까?

"원격 영상 진료가 이뤄지면 공중보건의나 간호사만 있어도 가능합니다. 의사협회의 반대로 이 법이 통과 안 되고 있습니다. 의협에서는 이런 열악한 현실을 너무 모르고 있습니다. 종합병원에서부터 멀리 떨어져 있거나 인구가 적은 지역이라도 원격 영상 진료를 허용해야 합니다."

―'2025년까지 인구 2만명 회복'을 내걸었는데, 왜 2만명입니까?

"2만명 회복은 일종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고, 현실적으로 계산해서 도달할 수 있는 목표입니다. 현재 인구보다 13% 이상 증가하는 겁니다. 그러려면 해마다 3백명씩 늘려야 합니다."

―매년 인구가 줄고 있는데 현상 유지조차 어렵지 않을까요?

"그래서 거의 목숨 걸고 국책 사업을 따왔습니다. 이곳에 '산채클러스터'를 조성하면 40명쯤 늘어나고, '국립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는 120명의 연구원이 오게 됩니다. 물론 거기에 종사하는 분들은 오는 걸 결사반대합니다. 외부에서 새로운 인구가 들어오면 변화가 생길 수가 있습니다."

영양은 아시아 최초로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이 지정될 만큼 아직 오염되지 않았다. 조지훈 생가가 있고 이문열의 고향이다. 또 신사임당에 버금가는 조선시대 여성인 장계향이 한글로 기록한 최초의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에 따라 그대로 재현되는 전통 한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최보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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