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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대학도 총학도 상처뿐인 ‘서울대 시흥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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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12명 정학, 15년만의 중징계

학생 중징계로 새 도화선 우려… 총학 “징계 취소 가처분 신청”

동아일보

서울대가 시흥캠퍼스 조성에 반대해 학교 본관을 점거한 학생 12명을 21일 중징계(유기 및 무기정학)하자 총학생회가 ‘징계 취소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11일 ‘시흥캠퍼스 문제 해결 협의회’ 구성으로 일단락이 예상됐던 양측의 갈등은 15년 만의 중징계로 다시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커졌다. 10년을 끌어온 시흥캠퍼스 조성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서울대가 시흥캠퍼스 건립을 추진한 건 2007년. 관악캠퍼스 연구공간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융합 연구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2011년 경기 시흥시가 관악캠퍼스 면적의 절반 수준인 66만2009m²를 무상 제공하고 한라건설이 공사비 4500억 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해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2013년 제동이 걸렸다. 총학생회는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밀어붙인다”며 본관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신입생들을 의무적으로 거주하도록 하는 기숙형 대학을 만들려고 한다”며 학생 자치 붕괴를 반대 이유로 꼽았다. 학교 측이 “기숙형 대학을 검토한 바 없다. 시흥캠퍼스를 대학원 중심의 연구단지로 조성할 것이다”라고 밝히며 논란이 잦아들었다. 학교 측과 총학생회는 24차례의 간담회를 통해 이견을 좁혔고 지난해 4월 “캠퍼스 조성에 적극 협력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동아일보

같은 해 8월 성낙인 총장이 시흥시와 캠퍼스 착공 일정 등 세부 계획이 포함된 협약을 체결하면서 갈등이 재점화됐다. 총학생회는 “협의가 없었다”며 10월 본관을 점거했다. 학교의 기업 의존도가 높아져 연구의 자유가 침해되고 무분별한 수익사업이 만연할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학교 측은 올 3월 “행정 마비를 더 이상 지켜보기만 할 수 없다”며 학생들을 강제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학생 9명이 부상을 입고 1명이 응급실로 옮겨지는 등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졌다.

학교와 총학생회의 갈등은 이달 11일 시흥캠퍼스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회 설치 후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학교 측은 협의회 논의 후 세부 조성 방안을 세울 계획이지만 학생 측은 “협의회에 참여해 시흥캠퍼스를 끝까지 막겠다”며 버티고 있다. 현재로선 협의회가 극적 타결의 무대가 되긴 어려운 실정이다. 오히려 학생 징계가 새로운 도화선이 되면서 갈등의 민낯만 노출시킬 것으로 보인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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