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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휴일 수도권 시간당 100mm 물폭탄… 전철 멈추고 정전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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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강우 고양 155mm-서울 133mm… 주택 594채-도로 9곳 물에 잠겨

인천 반지하 95세 치매노인 익사

폭 좁은 장마전선이 비 퍼부어… 전국 다시 폭염… 일부 지역 소나기

23일 오전 중부지방에 시간당 최고 100mm에 가까운 ‘물폭탄’이 쏟아졌다. 주택은 물론이고 고속도로와 철도가 침수돼 도심 교통이 일부 마비됐다. 인천에서는 반지하 주택에 살던 90대 치매 노인이 밀려드는 빗물을 피하지 못하고 숨졌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경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 방에서 이모 씨(95)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방은 1m가량 빗물로 차 있었다. 이날 인천 지역에는 최고 110.5mm의 비가 내렸다. 비는 오전 6시부터 내렸고 약 3시간 뒤 이 씨의 집이 침수되기 시작했다. 80대 아내가 이웃에 도움을 요청하러 가고 이 씨는 혼자 방에 남았다. 아내가 돌아왔을 때는 빗물이 허리 높이까지 찼고 흙탕물이 집 안으로 콸콸 쏟아져 들어갔다. 현관문조차 수압 때문에 열리지 않았다. 아내와 이웃은 유리를 깨고 문을 열었지만 이 씨는 이미 숨진 뒤였다. 인천 부평구 청천동 서울지하철 7호선 공사 구간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7명이 최고 300m 깊이의 지하에 갇혔다가 구조됐다.

경기와 강원에서도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오후 4시 반 강원 화천군 상서면 봉오리에서 A 씨(55·여)가 갑자기 불어난 계곡물에 휩쓸려 숨졌다. 이날 화천에는 최고 86.5mm의 비가 내렸다. 경기 포천에선 한 캠핑장 앞 다리가 침수돼 야영객 100여 명이 한때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이날 비로 수도권에서 주택 594채, 상가 21동, 도로 9개의 일부 구간이 물에 잠겼다. 경기 시흥, 광명에선 14만6000여 가구에 정전이 발생했다. 인천역에서는 낙뢰가 떨어져 신호 장애가 발생했고 오전 9시 반 부평역 일부 선로가 물에 잠겨 인천∼부평역 양방향 전동차 운행이 27분 동안 중단됐다.

동아일보

오전과 오후… 불광천의 두 얼굴 23일 오전 수도권에 내린 시간당 최고 100mm에 가까운 집중호우로 서울 은평구 불광천이 불어나면서 둔치에 설치된 체육시설 등이 흙탕물에 절반가량 잠겨 있다(위쪽 사진). 오후 들어 비가 그치고 물이 빠지자 시민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양회성 yohan@donga.com·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경기 고양(주교동) 155.5mm를 비롯해 서울 133.5mm, 경기 시흥 129.0mm, 군포 121.5mm, 광명 109.0mm, 의왕 108.5mm, 파주 107.5mm, 광주 107.0mm 등 짧은 시간에 강수량 100mm를 넘은 곳이 속출했다. 시흥에는 한때 시간당 최대 96mm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이 때문에 오보 논란도 일고 있다. 기상청은 22일 오후 예보에서 일요일 서울의 날씨를 ‘흐리고 한때 비’로 예상했다. 강수 확률도 오전 60%, 오후 20%로 내다봤다. 인천은 오전 30%, 오후 20%로 예보했다.

이날 수도권의 물폭탄 원인은 ‘폭이 좁은’ 장마전선이 장시간 머물렀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약화되면서 북한에 있던 장마전선이 남하해 경기 북부 지역까지 내려왔다. 그 순간 위에서 누르는 대륙성 고기압과 밑에서 버티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힘의 균형을 이뤘고, 두 공기 덩어리 사이에 남북의 폭은 좁고 동서로 긴 장마전선이 형성된 것. 여기에 서해상에서 서풍을 타고 따듯하고 다습한 공기가 유입되면서 장마전선이 활성화됐고 비구름대가 폭발적으로 발달했다.

24일에는 전국에 무더위가 지속되는 가운데 서울, 수원, 대전, 전주, 대구 등에 5∼50mm의 소나기가 내릴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당분간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훌쩍 넘어 매우 덥겠고 일부 지역에는 열대야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황금천 kchwang@donga.com / 이지훈·김윤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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