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6 (토)

아내가 도움 청하러 간 새, 반지하 방 물 차 95세 치매노인 숨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휴일 서울·인천·경기·강원 ‘물 폭탄’

아내도 지병으로 거동 불편했지만

"남의 손에 남편 못 맡겨” 직접 돌봐

수도권 폭우·낙뢰에 전철 멈춰

제2자유로 침수, 한때 통행금지

화천·인제선 급류 휩쓸려 2명 사망

중부 오늘·내일 다시 장맛비 예고

중앙일보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폭우가 쏟아진 23일 오전 차들이 인천시 간석동의 침수된 도로를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3일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일대에 호우경보가 발령되면서 시흥의 경우 한때 시간당 96㎜의 ‘물 폭탄’이 쏟아졌다. 이 때문에 인천에서 1명이 숨졌고 강원도에서는 급류에 휩쓸려 2명이 사망했다.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번 폭우로 이날 오전 9시54분쯤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A씨(95)가 방 안에 1m 높이로 가득 찬 빗물에 떠 있는 것을 인근 주민이 발견했다. A씨는 발견 당시 호흡이 멎은 상태였고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A씨는 집에 갑작스럽게 물이 불어나자 함께 있던 80대 아내가 윗집에 도움을 요청하러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A씨가 침수된 집 안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시각장애인(6급)인 A씨의 아내는 본인 역시 고혈압 등 지병으로 거동이 불편했지만, 치매를 앓는 남편을 각별히 돌봐 와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중앙일보

이날 구월동 반지하 주택에 살던 90대 노인은 갑자기 불어난 물에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


사고가 난 반지하 방에서는 이들 부부만 살았다. 부양 의무자인 자식들이 있어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진 못했다. 노부부는 기초연금 등 월 40만원의 가량의 지원금을 받았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화목했다고 한다.

두 달 전께 동주민센터에서 A씨 아내에게 요양보호기관 입원을 추천했지만 본인이 직접 남편을 돌보겠다며 완강히 거절했다고 한다. “남의 손에 남편을 맡기기 싫다”는 이유에서였다. 동주민센터는 A씨 아내를 겨우 설득해 수주 전부터 요양보호사를 파견하고 있다.

강원 지역에서도 인명 피해가 났다. 이날 오후 4시23분쯤 강원 화천군 상서면 봉오리의 한 계곡에서 B씨(55·여)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119구조대는 B씨가 계곡에서 사진을 찍던 중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는 신고를 토대로 하류 지역에서 수색작업을 벌여 2시간 뒤 700m 하류 계곡에서 숨진 B씨를 발견했다.

앞서 이날 낮 12시42분쯤 강원 인제군 인제읍 하추리 내린천 상류에서는 11인승 래프팅 보트가 전복됐다. 이 사고로 보트에 타고 있던 C씨(60·여)가 119구조대에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C씨와 함께 물에 빠졌던 일행은 래프팅 가이더에 의해 구조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C씨가 집중호우로 불어난 급류에 휘말린 것으로 보고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도로 침수 피해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9시14분쯤 인천시 중구 제2외곽순환고속도로의 북항 터널 인근 도로가 침수됐다.

인천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는 왕복 3차로의 북항 터널 양방향 차량 통행을 통제하고 차량을 우회시켰다. 고속도로순찰대 관계자는 “도로에서 물이 빠지는 대로 차량 통행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20분쯤에는 경기도 고양시 제2자유로 강매나들목 부근 서울 방향 도로가 침수돼 2시간 동안 통행이 통제됐다. 고양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20분쯤부터 강매나들목 부근의 서울 방향 도로 300여m 구간이 배수 불량으로 물에 잠겼다.

폭우와 낙뢰 때문에 전철 운행도 차질을 빚었다.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20분쯤 인천시 중구 인천역에 낙뢰가 떨어져 신호 장애가 일어났다. 오전 9시30분쯤에는 인천시 부평구 부평역 선로 구간이 폭우에 잠겨 인천∼부평역 간 양방향 전동차 운행이 모두 중단됐다.

사고가 나자 코레일은 선로에서 물을 빼내고 신호 장치를 복구해 약 27분 만인 오전 9시47분쯤 양방향 전동차 운행을 모두 재개했다.

수도권 대부분에 내려졌던 호우특보는 이날 오후 2시40분을 기해 모두 해제됐다.

반면 연중 가장 덥다는 대서(大暑)인 이날 남부지역 곳곳은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전국의 주요 해수욕장과 계곡 등지에는 찜통더위를 피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일주일째 폭염경보가 내려진 부산은 낮 최고기온이 이날 34도까지 올라가면서 해운대·광안리 등 부산 지역 해수욕장 7곳에는 100만 명이 넘는 피서 인파가 몰렸다.

기상청은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아 중부지방은 24일과 25일 장맛비가 내리겠고 경북·전북에도 24일 낮부터 비가 오겠다”며 “남부지방에서는 폭염이 당분간 이어지고 대구 등지는 낮 최고 33~35도까지 오르는 등 폭염이 기승을 부리겠다”고 예보했다.

고양·인천·화천=전익진·김민욱·박진호 기자

강찬수 기자 ijjeon@joongang.co.kr

▶SNS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포스트]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