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6 (토)

[단독] “교육분야 국정과제 5년간 30조 필요” … 재원 계획은 깜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교육재정 전문가 송기창 교수 분석

국공립 유치원 신·증설 3조3900억

고교 무상교육 실시에 3조3600억 …

“교부금 늘리고 예산 우선 배정”

교육부 방침, 실현 가능성은 낮아

국공립 유치원 신·증설 3조3900억원, 고교 무상교육 실시 3조3600억원 등.

정부가 최근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교육 분야의 주요 과제를 실행하는 데만 5년간 30조원이 추가 소요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구체적인 재원 마련 계획이 마련되지 않아 실행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일보는 23일 교육재정 전문가인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에게 의뢰해 교육 분야 국정과제 실행에 필요한 재원 추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세부 국정과제 30여 개 중 소요예산 추정이 가능한 14개 과제를 실행하는 데 드는 비용만 5년간 30조1750억원으로 추산됐다. 송 교수는 “교육 분야 국정과제 전체를 실행하려면 이보다 훨씬 많은 예산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가장 재원이 많이 투입될 것으로 분석된 과제는 ‘국가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정책이다. 대표적인 게 방과후에 학교에서 아이들을 돌봐주는 ‘초등돌봄교실’의 확대다. 현재는 1·2학년만을 대상으로 실시 중인데, 이를 2018년부터 2개 학년씩 단계적으로 확대하면 2018년 3500억원, 2019년엔 7000억원씩 추가로 들어간다.

고교 무상교육에도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전망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기도 했지만, 예산 부족으로 실행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19일 청와대는 고교 무상교육을 국정과제로 발표하면서 2020년 1학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해 2022년 전 학년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대로 시행할 경우 2020년엔 5600억원, 2021년 1조1200억원, 2022년 1조6800억원이 소요된다. 미취학 아동 대상 정책인 누리과정과 국공립 유치원 증설, 사립 유치원 교사 처우개선에도 10조원 가까이 들 것으로 계산됐다. 이 중 어린이집에 추가로 지원하는 누리과정 예산만 연간 1조700억원, 5년이면 5조3500억원이다.

또 학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도 많은 예산이 투입된다. 지난 20일 정부의 발표대로 기간제 교사를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한다 해도 연간 8460억원씩이 추가로 든다. 학교회계 무기직과 주방 등 계약직 14만1000명에 대해 수당과 퇴직금 등을 매달 50만원씩 늘렸을 경우다. 그러나 고교학점제 등 정확한 소요 재원을 파악하기 어려운 과제도 많아 실제 소요 예산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 큰 문제는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재정계획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정과제 보고서에는 누리과정(5조5000억원)과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1조원)만 재정계획이 명시돼 있을 뿐 다른 과제에 대한 언급은 없다.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을 상향 조정하고, 기획재정부와 협의 시 교육 분야에 우선적으로 재정 투자를 받아내겠다는 입장이다. 고영종 교육부 기획담당관은 “8월 중에 예산 등이 포함된 세부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반응은 부정적이다. 먼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 총액(2016년 196조원)의 20.27%로 비율이 정해져 있다.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부의 교육 분야 국정과제를 모두 실행하려면 교부금 비율을 25.27% 정도로는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2016년 기준으로 교부금 비율이 5%포인트 오르면 9조8000억원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교부금 비율을 높이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 한 정부 관계자는 “교육교부금 비율을 높이면 그만큼 다른 부처의 예산이 줄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기재부로부터 교육 예산을 우선 배정받는 것도 어렵다. 송 교수는 “교육은 복지 등과 달리 국민 체감효과가 적어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며 “전 분야에 ‘재정 확대’ 방침을 내세우고 있는데 교육 예산만 우선 투자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만·전민희 기자 sam@joongang.co.kr

▶SNS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포스트]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