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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수제 ‘해운대 맥주’를 서른살 여성 감각으로 빚었더니 '폭발적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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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 브루잉 팀장 젊은 감각으로 해운대 맥주 개발

접근성 좋은 해운대처럼 누구나 쉽게 접하도록 맛은 가볍고 향은 은은하게 가미

“10년 뒤에서 생산될 수 있도록 매년 리뉴얼하며 소비자 취향 맞춰갈 것”

중앙일보

수제맥주 '해운대'를 개발한 김우진씨가 17일 부산 해운대 동백섬 입구에서 개발 동기를 말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2017.7.18.송봉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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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에 가면 ‘해운대 맥주’가 있다? 그렇다. 수제 맥주 ‘해운대 맥주’가 지난 6월 7일 출시돼 40일 만에 30만캔(500ml)이 팔렸다. 지역을 앞세운 수제 맥주 브랜드로서는 놀라운 인기몰이다.

해운대 맥주는 ‘대낮에 해변에서 마시는 맥주’라는 콘셉트에 따라 만들어졌다. 이에 걸맞게 벌컥벌컥 마실 수 있도록 맛은 가볍게 향은 은은하게 나도록 기획했는데 소비자에게 주효했다. 수제 맥주는 맛이 진하고 도수가 일반 맥주보다 높다는 기존 매뉴얼을 과감히 버렸다.

해운대 맥주를 개발한 브루어(brewer, 맥주를 만드는 사람)가 서른살의 여성이기에 가능했던 발상의 전환이었다. 국내 브루어는 250여명으로 40~50대 남성이 대다수다.

국내 10대 브루어리에 포함되는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는 지난해 겨울, 해운대 맥주를 기획하면서 김우진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 브루잉 팀장에게 전권을 맡겼다. ‘핫한’ 해운대의 감성을 김 팀장이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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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은 23일 오후 국내외에서 몰린 많은 피서객들이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하며 폭염 더위를 식히고 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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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팀장에게 해운대는 자연과 도심이 공존하는 이질적인 공간으로 기억돼 있었다. 대전에서 태어난 그는 “고향 주변에 있는 해수욕장은 한적한 시골에 있었는데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놀러 간 해운대는 빌딩 숲 사이에 있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접근성이 좋은 해운대의 특징에 착안했고 해운대 맥주에 ‘대중성’을 풀어냈다"고 말했다.

해운대 맥주에는 파인애플 향이 은은하게 난다. 김 팀장은 “허브향은 개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반면 과일 향은 누구나 좋아한다”며 “여름 맥주에 걸맞게 열대 과일인 파인애플 향을 택했다”고 덧붙였다. 가볍게 마실 수 있는 대중적인 수제 맥주가 탄생한 이유다.

어렸을 때부터 음식에 관심이 많았던 김 팀장은 2004년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에 진학했다. 2007년 졸업과 동시에 프랑스로 와인 공부를 하러 떠났다. 이후 영국으로 옮겨 5년 동안 와인 공부를 한 뒤 2014년 초 한국으로 다시 들어왔다.

그해 대기업이 아닌 소규모 양조장에서 맥주를 만들어 유통할 수 있도록 주세법이 개정되자 김 팀장은 맥주 제조로 눈을 돌렸다고 한다. 그는 “와인이 '기다림의 미학'이라면 맥주는 제조 공정이 빠르게 진행돼 역동적”이라고 비교했다. 이어 “브루어의 개성이나 철학에 따라 맥주를 다양하게 제조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으로 와닿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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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은 23일 오후 국내외에서 몰린 많은 피서객들이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하며 폭염 더위를 식히고 있다.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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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어는 강한 체력을 요구하는 제조 과정이 많기 때문에 여성이 도전하기에 쉽지 않은 직업이다. 김 팀장 역시 20㎏ 넘는 호스를 수제 맥주 통에 연결하는 작업을 하루에 수십 번씩 반복하다보면 체력 소모가 크다고 했다.

그는 “체력으로 남성 브루어를 넘어설 수 없지만 맥주 맛을 만들어 나갈 때 섬세한 여성 감각이 큰 도움이 된다.특히 수제 맥주를 찾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여성들의 심리와 감성을 수제 맥주에 담아내야 할 때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10년 뒤에도 해운대 맥주가 생산될 수 있도록 장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빠르게 변하는 젊은이들의 취향을 반영해서 매년 리뉴얼 작업을 할 것”이라며 “국내 맥주 시장이 좀 더 다양해 질 수 있도록 맛있고 신선한 수제 맥주를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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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맥주 '해운대'를 개발한 김우진씨가 17일 부산 해운대 동백섬 입구에서 개발 동기를 말하고 있다.송봉근 기자 (2017.7.18.송봉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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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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