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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재계 女風①] 금녀의 벽 허물고 보폭 넓히는 재계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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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왼쪽부터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사진=뉴스웨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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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과거 아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재벌 경영에 최근 딸과 며느리 등 여성들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은 오랜 시간 견고하게 버티고 있던 금녀(禁女)의 벽을 허물고 경영 일선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재계에서 가장 먼저 유리 천장을 깬 것은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막내딸로 태어난 이명희 회장은 부친의 권유로 경영에 참여했다. 1979년 신세계백화점 영업담당이사로 입사한 이 회장은 1980년에 신세계 백화점 상무, 1997년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1998년부터 신세계 회장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은 범 삼성가 여성 가운데 가장 성공한 경영인이자 재계에선 찾기 힘든 70대 여성경영인이다. 이 회장은 직접 경영에 나서기 보단 전문경영인에게 큰 틀의 방향만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경영 방침은 신세계그룹이 재계 11위까지 올라서는 발판이 됐다.

며느리가 경영에 참여한 사례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최초이다. 남편인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이 2003년 사망한 이후 남편의 뒤를 이어 현대그룹 회장으로 취임해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취임 이후 현대가 정씨 가문의 경영권 위협과 유동성 위기, 현대상선과 현대증권 등이 분리되면서 몸집이 축소되는 등 어려움이 따랐지만 최근 서울 연지동 본사 사옥을 구입하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 중이다.

재계 경영에 딸들의 활동이 활발해진 것은 3세에 접어들면서 부터다. 이명희 회장의 딸 정유경 신세계그룹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은 어머니 못지않은 경영 능력으로 재계의 집중을 받고 있다. 2대에 걸쳐 금녀의 벽을 허문 모녀는 강단있는 경영 스타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정 총괄사장은 1996년 조선호텔 상무보로 입사해 2009년부터 신세계로 옮겨 패션 관련 사업을 담당했다. 2015년 말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지난해 4월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지분 맞교환으로 신세계백화점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도 경영 일상에서 성과를 도출하며 여성 경영진들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리틀 이건희'로 불리는 이부진 사장은 2011년 삼성가 후계자 중 처음으로 그룹 계열사(호텔신라)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 이후 등기이사직을 유지하며 책임경영을 펼치고 있다.

이부진 사장은 자신의 역량으로 서울시내 면세점 신규사업권과 한국전통호텔 건립이라는 숙원사업을 해결하면서 대내외적으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위기관리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이부진 사장은 '한복 문전박대', '아티제 철수', '택시기사 선처', '메르스 사태' 등 일련의 사건을 직접 수습한 바 있다.

이서현 사장은 패션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서현 사장은 영업성과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공격적인 경영을 이어가 눈길을 끈다. 이러한 경영 스타일은 적자폭 감소로 이어졌다. 지난해 4분기 400억원에 달했던 영업적자는 올 1분기 10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업계에선 이서현 사장의 과감한 구조조정과 중국·미국, 유럽 등 해외시장 공략이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수 십년간 딸은 경영에 참여시키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깬 사례도 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의 딸 박주형 상무는 금호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2012년 12월에 금호석유화학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린 이후 박 상무는 꾸준히 주식을 사들여 지분을 높여가고 있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경영 일선에서 글로벌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조 전무는 2005년에 광고회사인 LG애드에 입사해 대한항공으로 이직하기 전까지 약 2년 간 실무경험을 쌓았다. 2010년에는 진에어 등기이사직을 달았으며 2014년 1월부터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전무와 여객마케팅 전무를 겸했다. 지난해 7월에는 진에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올해 초에는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자회사 칼호텔네트워크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최근에는 전경련이 미국에 파견한 경제사절단 단장을 맡아 재계에 정식 데뷔하기도 했다.

임세령 대상 식품BU 마케팅담당중역 전무와 임상민 대상 식품BU 전략담당중역 겸 소재BU 전략담당중역 전무의 경우 향후 총수 자리에 오를 인물로 점쳐진다. 두 사람은 지난해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주가 별세한 경영전면에 나서며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에 재계에선 안개속에 있던 대상의 후계구도가 올해에는 명확해질 것이라 예상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최근 재계에서 여성 파워가 예사롭지 않은데 이는 사회 흐름의 변화에 따른 것으로 향후 재계 경영에 여성들의 진출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대부분 여성 임원들이 대내외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음에 따라 그룹 총수를 여성이 맡는 사례도 조만간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희 기자 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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