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던진 농담이다. 4차 산업혁명 전략 등을 논의한 1세션에서 발언 신청자가 몰리면서 사회를 맡은 홍장표 경제수석이 후반부 발언자들은 1분 내로 발언해 달라고 요청하자 장 실장이 농담을 던진 것이다. 장 실장의 농담에 좌중에 폭소가 터져나왔다는 것이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홍 경제수석이 1세션 마무리 전 발언 기회를 주고자 했지만 다른 참석자들에게 발언 기회를 양보할 정도로 토론 분위기가 활발했다고 한다. 장 실장의 특유의 농담이 긴장된 회의장의 분위기를 푸는 ‘아이스브레이킹’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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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상춘재에서 정당대표 초청 정상외교 성과설명회를 하기에 앞서 먼저 도착한 추미애 더불어 민주당 대표와 환담하고 있다. 왼쪽은 장하성 정책실장.사진=연합뉴스 |
장 실장의 농담은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서 연일 화제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연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한·미 정상회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준비, 인사 청문 정국과 일자리 추경안 처리 등을 두고 엄중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상황점검회의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장 실장의 ‘아이스브레이킹’이 회의 분위기를 편안하게 하고 더 활발하게 한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보좌관 회의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늦으면서 자리가 비어있자 문 대통령에게 “비서실장이 공석입니다”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끌어낸 것도 장 실장이다. 문 대통령은 임 실장이 자리에 도착해 대통령 옆에 앉자 웃으며 “이 자리에 넘보는 분들이 많아서요”라고 농담을 해 또다시 폭소가 터졌다. 이후 곧바로 회의가 시작됐고 문 대통령은 이날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방산비리를 질타하며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복원을 지시했다.
장 실장의 아이스브레이킹은 앞서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 낙마 이후 무거운 분위기도 풀어냈다는 후문이다. 여의도 정치권에서 안 전 후보자의 검증을 담당하는 조국 민정수석과 국회와 조율 업무를 맡는 전병헌 정무수석 사이가 안 좋다는 소문이 돌자, 장 실장이 회의를 앞두고 두 수석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싸웠다더니 괜찮네”라고 농담해 웃음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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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당시 장하성 정책실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 중인 모습이 청와대 페이스북에 공개됐다.사진=연합뉴스 |
한·미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두고 한국 대표단과 미국 대표단이 팽팽하게 맞붙은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확대회담에서 무거운 분위기를 바꿔낸 것도 장 실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 문제에 집중하면 좋겠다고 운을 띄우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 등 미국 대표단이 차례로 통상 압박을 가하는 식으로 회의가 전개될 때다. 장 실장은 “미국 측 이해를 돕기 위해 통역을 거치지 않고 영어로 이야기하겠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오 와튼 스쿨! 똑똑한 분”이라고 농담을 던졌고 장내에 웃음이 터졌다. 장 실장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트럼프 대통령도 와튼 스쿨을 나왔다. 두 사람이 와튼 스쿨 동문인 셈이다.
장 실장은 먼저 트럼프 대통령에게 “늦었지만 대통령 당선을 축하한다”고 인사를 전하고 “제 저서가 중국어로 출판될 예정이었는데 사드 때문인지 중단됐다. 중국 때문에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우리다”라고 농담을 건넸다. 이에 로스 상무장관이 “그러면 미국에서 영어로 출판하라”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장 실장 책이 번역돼 미국에서 출판되면 미국의 무역 적자 폭이 더 커진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고 회담장 안에 큰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장 실장의 농담으로 회의 분위기가 우리 측으로 넘어왔다는 것이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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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비서실장(왼쪽)과 장하성 정책실장이 19일 오전 청와대 상춘재에서 정당대표 초청 정상외교 성과설명회에 도착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팔짱을 끼고 계단을 오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청와대 관계자는 “장 실장이 회의 분위기를 바꿔내는 농담뿐 아니라 참모진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는 청와대 ‘분위기 메이커’”라며 “학자 출신이라는 것이 무색할 만큼 정무적 감각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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