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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TF기획] '품귀현상' 발포주 '필라이트', 수입 맥주 대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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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발포주인 필라이트가 기대 이상의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업계 관계자들은 수입 맥주 대체 가능성에 대해선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하이트진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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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모리스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와 하이트진로의 발포주 '필라이트'가 기대 이상의 뜨거운 반응을 보이며 품귀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두 제품 모두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에도 '전통 제품'과 거리가 있어 출시 초기만 해도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많았다. 아직 출시 초기인 점을 고려해 속단은 이르지만, 이제는 충분히 시장 경쟁력을 갖췄다는 이야기도 업계 내에서 나오고 있다. 아이코스와 필라이트를 피고, 마셔 본 소비자와 업계 관계자의 입을 빌려 향후 대체재로서의 가능성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이성로 기자] 국내 최초 발포주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 48만 상자, 1267만 캔을 달성했다. '출시 효과'를 무시하지 못하지만, 가정용 캔과 페트병 제품만 판매한 점을 생각했을 때 현재까지의 성적만 놓고 본다면 성공적이란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한계점도 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필라이트는 '막강 가성비'를 앞세워 가정용 맥주 시장에 안착했다.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신개념 발포주인 필라이트는 기타주류로 분류돼 일반 맥주와 비교해 주류세가 40% 이상 낮다. 355ml 캔 기준 출고가 717원으로 대형마트에서 '만 원에 12캔' 구입이 가능해 '4캔에 만 원'의 저가 전략으로 가정용 시장을 독차지한 수입산 맥주의 대항마로 등장했다.

하이트진로는 필라이트의 선전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초기 물량 6만 상자(1상자 = 355ml * 24캔)는 20일 만에 완판됐고, 이후 월 생산량을 10만 상자, 30만 상자로 차례로 늘렸지만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계속된 '품절 대란'으로 이번 달부터 생산량을 두 배 이상(80만 상자) 늘린 상태다.

하이트진로는 초기 물량과 비교해 13배 이상으로 필라이트의 생산량을 늘렸지만, 여전히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더팩트> 취재진은 20일과 21일 서울(강남)·경기(분당·광교) 등 비교적 1인 가구가 몰려 있는 오피스텔 부근 8곳 편의점을 다녀본 결과 필라이트를 판매하는 곳은 단 2곳에 불과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혼술, 홈술, 캠핑 등의 트렌드와 가성비에 주목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필라이트의 인기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며 "가정용 시장은 아무래도 가격 할인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수입 맥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하이트진로는 가성비가 좋은 발포주(필라이트)로 승부수를 띄웠다"면서 "출시 이후 계속해서 생산량을 늘리고 있지만, 물량은 계속해서 부족한 상태다. 대형마트 위주로 공급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편의점에서 보기 힘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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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는 맥아 비율을 낮춘 발포주로 일반 맥주와 비교해 주류세가 40% 이상 낮아 '막강 가성비'로 수입 맥주와 맞서고 있다. /하이트진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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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를 앞세워 수입 맥주에 도전장을 내민 필라이트. 우선 출발은 분명 기대 이상이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필라이트가 수입 맥주 대체할 수 있을까. 소비자와 업계 관계자 대부분은 필라이트가 수입 맥주의 대체재로선 부족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평소 맥주를 즐겨 마신다는 30대 여성은 '가성비에 놀라 구매했지만, 지나치게 가벼운 맛에 재구매는 꺼리게 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 소비자는 "집에서 가볍게 마실 수 있겠지만, 이왕 맥주를 마실 거면 좀 더 다양한 제품을 고를 수 있는 수입 맥주를 선택할 것 같다"고 밝혔다.

평소 캔맥주를 즐긴다는 한 20대 남성은 "가성비로만 본다면 필라이트만한 제품이 없다. 가끔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을 때 필라이트를 찾지만, 아무래도 깊은 맛을 내는 맥주를 찾게 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좀 더 냉정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한 관계자는 "수입 맥주를 찾는 사람들은 주로 다채롭고 이색적인 맛을 원한다. 수입 맥주는 다양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필라이트는 맛에 대해선 아무래도 떨어진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단순히 가성비로만 수입 맥주를 넘어서진 못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아직 출시 초기이다. 출시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면서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맥주를 다량으로 구매하는 사람들은 가격보단 맛에 민감한 소비자들이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초반 흥행은 성공했으나 일각에선 과거 하얀 라면 열풍을 일으킨 뒤 단종 위기에 처한 꼬꼬면처럼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며 걱정어린 시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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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이트 초기 물량 6만 상자는 20일 만에 완판됐고, 이후 월 생산량을 10만 상자, 30만 상자로 차례로 늘렸지만 수요를 따라잡지 못했다. 하이트진로는 계속된 '품절 대란'으로 이번 달부터 생산량을 80만 상자까지 늘린 상태다. /하이트진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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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마냥 부정적인 시각만 존재하는 건 아니었다.

수입 맥주 마니아를 자처한 한 남성은 "퇴근 후 영화와 캔맥주로 시간을 보내는데 필라이트는 가볍게 마실 수 있어 좋고, 가격 또한 큰 부담이 없다. 수입 맥주를 대체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분명 메리트가 있는 제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필라이트를 경험하지 못했다는 한 여성은 "평소 술을 즐겨하지 않다. 하지만 필라이트는 가격도 싸고, 맛 역시 가볍다고 들었다. 기회가 없어 구매하지 못했는데 '마셔보고 싶다'라는 생각은 계속하고 있다"며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여자들에게 좋은 맥주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편의점 가맹점주는 필라이트의 위력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그는 "다른 곳은 잘 모르겠지만, 저희 매장은 필라이트의 인기가 가장 좋다. 수입 맥주와 비교해서 더 팔렸으면 더 팔렸지, 덜 팔리지는 않는다"면서 "아무래도 가격이 싸다 보니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설명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맥아 비율이 낮다고 풍미가 꼭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필라이트는 제품명처럼 '라이트(light·순한)한 제품이다"면서 "아로마호프를 사용하다보니 '풍부한 맛'을 느끼는 분들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필라이트의 주요 타깃 소비자는 남성보단 여성, 경제력을 갖춘 세대보단 대학생 등이다. 빠른 시일 내에 원활히 물량을 공급해 많은 소비자가 필라이트를 즐길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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