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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권 대리가 들려주는 서민금융] (23) 月 생활비 90만원…벼랑 끝 세모녀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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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3년 전 서울의 한 단독주택에서 60대 어머니와 30대 두딸이 번개탄을 피워 동반 자살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른바 ‘송파 세모녀 사건’입니다. 집안의 가장이던 어머니는 몸을 다쳐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이었고 두딸은 신용불량자였습니다. 그들이 마지막 남긴 메모에는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이처럼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그들이 택할 수 있었던 길은 죽음뿐이었던 것입니다.

두달 전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찾은 50대 여성 역시 두딸을 키우는 한부모였습니다. 그의 사연을 듣는 순간 3년 전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기초수급자에 단칸방 살이…홍씨 모녀의 사연

남편과 이혼 후 두딸을 홀로 키워온 홍씨는 과거 재능있는 미술학도였습니다. 미술대학에서 학부를 마친 뒤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었지만 당시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게 돼 꿈을 접어야 했죠.

결혼생활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두딸이 중3과 고2가 되던 해 이혼했고, 남편 없이 혼자 생계를 꾸려나가야 했습니다. 배운 게 미술뿐이었던 홍씨는 재능을 살려 인근 복지관과 문화센터의 시간제 강사로 일해 돈을 벌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통장에 찍히는 돈은 월 90만원이 전부였습니다. 장성한 첫째딸은 대학생이 됐지만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해 생활비와 학비를 벌고 있습니다. 다행히 기초수급자 자격이 돼 막내딸의 학비는 정부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월 100만원이 안 되는 돈은 세식구가 먹고 살기엔 터무니없이 적었습니다. 월세 60만원을 내지 못해 보증금을 까먹었고, 결국 월세 단칸방에서 쫓겨날 처지에 처했습니다. 보증금 1500만 원 정도만 있으면 세식구가 살 만한 다른 월세방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던 차에 홍씨는 뉴스를 보다가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임차보증금 대출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홍씨와 같은 한부모 가족을 비롯한 조손·다문화가족과 장애인, 북한 이탈주민 등 취약계층 중 신용이 낮거나 차상위계층 또는 기초수급자에는 연 2.5%의 금리로 최대 2000만원을 지원해주는 서민금융상품이죠.

홍씨는 인근 센터로 찾아가 상담을 받았습니다. 한참 상담을 진행하던 그는 상담사의 말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바로 며칠 전 큰딸인 장씨가 다른 센터에 ‘대학생·청년 햇살론’을 받고자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홍씨가 집 보증금 문제로 고민하자 딸도 이곳저곳 알아보던 끝에 센터를 찾은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홍씨와 큰딸 모두 지원조건이 딱 맞아 떨어졌습니다. 결국 세모녀는 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취약계층 임차보증금 대출과 대학생·청년 햇살론을 통해 1500만원을 대출받아 보증금과 생활비로 보탤 수 있었습니다. 홍씨는 앞으로 미술 강의를 할 문화센터를 몇 군데 더 늘려 열심히 돈을 벌 작정이라고 합니다.

세계일보

◆사각지대에서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만약 홍씨와 두딸이 서민금융지원제도를 몰라 이용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요. 상상하긴 싫지만 또 다른 비극이 되풀이됐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진흥원에서는 금융 사각지대에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없도록 홍씨와 같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자립자금·임차보증금·교육비 대출 등 다양한 용도로 자금을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힘들고 소외된 이들이 자금 마련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권은영 서민금융진흥원 종합기획부 홍보팀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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