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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증세 없인 국정과제 어려워”…당·정·청, 증세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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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추미애 “법인세 25% 구간 신설하고

5억 넘는 소득자는 세율 40→42%로”

김현미·김상조도 “증세 검토를”

청와대 “당·정부와 관련 내용 협의”


한겨레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7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 다섯째),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왼쪽 여섯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 여덟째), 이낙연 국무총리(오른쪽 일곱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여섯째)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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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청이 20일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를 중심으로 하는 증세 방안에 대한 협의에 착수하기로 했다. 증세 없이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정부·여당 내에서도 터져나온 데 따른 조처다. 이에 따라 다음달 초 발표 예정인 세법 개정안에 관련 증세안이 포함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법인세 및 소득세 과세 구간을 하나 더 신설하자는 입장을 제시했고 일부 국무위원들도 이에 대해 공감을 표시했다. 당이 세제개편 방안을 건의해옴에 따라 민주당과 정부와 함께 관련 내용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 대표는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세입 부분과 관련해 아무리 비과세 감면과 실효세율을 언급해도 한계가 있는 만큼 법인세를 손대지 않으면 세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과세표준) 200억원 초과에서 2000억원 미만까지는 현행 법인세 22%를 유지하되 2000억원 초과 초대기업에 대해서는 과표를 신설해 25%로 적용하자”고 말했다. 과표구간 신설을 통해 이명박 정부 시절 단행된 ‘부자 감세’(법인세 최고세율 25%→22%)를 일부 정상화하는 방안이다. 추 대표는 “이렇게 법인세를 개편하면 2조9300억원의 세수효과가 있고 이 돈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자영업자 재정 지원, 4차 산업혁명 기초기술지원 등을 통해 소득주도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소득 재분배를 위한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으로 현행 40%로 되어 있는 (과표) 5억원 초과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42%로 늘려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같은 날 문재인 정부의 ‘실세 장관’인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도 공개적으로 증세 논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어제 나온)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와 관련해 재정당국이 내놓은 재원조달방안이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178조원에 이르는 재원 중 60조원을 초과 세수로 마련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께서 후보 시절에 소득세 최고구간은 조절하겠다고 하고 법인세율도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너무 약한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해내지도 못하는 지하경제 양성화 같은 얘기 말고, 소득세율 조정 등 증세 문제를 갖고 정직하게 얘기하고 국민 토론을 요청해야 한다”며 “표 걱정 한다고 증세 문제 얘기 안 하면서 복지는 확대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질 수는 없지 않으냐”고도 말했다.

원래 경제정책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는 순식간에 증세 토론장으로 바뀌었다. 토론에 나선 발언자 중 4명의 장관이 증세 필요성에 동조하고 또 다른 2명은 증세 필요성에 동의하되 국민적 이해와 지지가 우선이라는 신중론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증세 공론화의 필요성에 동조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세·소득세 문제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로 재정 당국이 여러가지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의 참석자들은 오는 23일 오후 경제현안 간담회를 열어 관련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여당 대표와 정치인 출신 ‘실세 장관’들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대기업·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추진이 급물살을 타는 쪽으로 기류가 바뀌고 있다. 이런 기류 변화는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복지정책 등의 확대 방침에도 불구하고 증세 방안은 전혀 포함시키지 않았다. 특히 대선 공약보다도 후퇴한 내용이어서 재원이 많이 들어가는 국정과제의 지속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문 대통령은 대선에서 ‘고소득자 과세 강화(3억 초과 42%)’, ‘법인세 정상화(22%→25%)’ 등 명목세율 인상 방안을 공개하고 이에 따른 세입 확충액 31조5천억원을 재원조달 방안으로 제시한 바 있지만, 이번에는 비과세·감면 정비 등의 방안으로 11조4천억원만 포함시켰다.

민주당 내에선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줄곧 ‘부자감세’, ‘증세 없는 복지’를 비판하며 법인세 정상화,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인상 등을 당론으로 유지해왔던 데 대해 책임있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추미애 대표 쪽은 “정책위 차원에서 당이 ‘궂은 일’을 맡아줘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왔고, 여기에 보수 언론들이 정부의 재정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자 ‘타이밍’상 대표가 나서서 발언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김부겸 장관 쪽 관계자는 “우리가 박근혜 정부 때 ‘증세없는 복지’에 대해 얼마나 비판했냐. 정부 출범 초기에 이에 대한 스탠스를 잘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작심하고 발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증세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국정기획자문위가 제안한 ‘어드바이스’일 뿐”이라며 “8월3일까지 세제개편안을 내놔야 하기 때문에 청와대의 고민이 깊은 게 사실이다. 증세 가능성도 닫힌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증세를 하더라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 소득세·법인세·상속세·부가세 등 여러가지”라며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나 대기업의 법인세 인상 등 ‘부자 증세’만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노현웅 김태규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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