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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끊이지 않는 통상임금 분쟁…`고정성·신의칙` 해석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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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합리한 통상임금 기준 ◆

매일경제

2013년 12월 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정기성·일률성·고정성' 요건을 갖춘 상여금은 통상임금이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통상임금에 대한 법리를 정리한 이후에도 여전히 관련 소송은 계속되고 있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통상임금' 키워드로 검색되는 1·2심만 1만건이 넘는다. 물론 이 소송 전부가 기업 내 경영진과 노동조합 간에 통상임금의 범위·지급 여부 등을 놓고 다투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향후 받을 수 있었던 급여를 산정하는 데도 통상임금 관련 법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단순 검색으로는 숫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노사 간 진행되는 소위 통상임금 소송으로 불릴 만한 사건도 수백 건에 이른다는 게 법원 내 의견이다. 현재 대법원에는 3건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 대법원 판례가 나왔음에도 통상임금 분쟁이 계속되는 이유는 노사 모두 법정에서 충분히 다퉈볼 만한 여지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단 '고정성' 논쟁이 있다. 대법원은 "어느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하루를 근로하고 다음날 퇴직하더라도 그 하루의 대가로 확정적으로 지급받게 되는 최소한의 임금"을 고정성을 갖춘 임금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특정 기간 동안 일정 시간 이상 근무를 한 근로자에게만 지급한다'는 식의 상여금 세칙이 마련돼 있는지가 법원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두 달 동안 15일 미만을 근무한 근로자에게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상여금 세칙이 있는 현대차의 경우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15일 미만을 일하면 받지 못하는 상여금은 고정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더 큰 쟁점은 판결 당시부터 논란의 불씨로 거론됐던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이다. '신의칙'이란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이나 방법으로 권리 행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대법원이 소급 적용을 막기 위해 판시한 신의칙을 두고 노사 간의 해석 차이가 큰 점이 소송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대법원은 "서로 암묵적 동의하에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계약을 했음에도, 노조가 추가 임금을 요구해 기업이 '경영상 중대한 차질'을 빚게 되면 이는 신의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통상임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즉 노조가 통상임금을 요구하더라도 경영진 측에서 신의칙을 근거로 지급을 거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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