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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中당국 숨통 조여오자…알짜 부동산 팔아치우는 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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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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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정부의 칼끝이 중국 최대 부동산 기업인 완다그룹을 조여가고 있다. 중국 금융당국이 직접 압박을 가하는가 하면 관영 언론도 해외 투자가 자금 도피 경로로 악용됐다며 연일 비판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금난에 닥친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은 대규모 자산 매각을 통해 '완다 위기설' 진화에 나섰다. 완다상업은 19일 자화호텔 체인과 백두산리조트 등을 638억위안(약 10조6000억원)에 푸리부동산과 수낙차이나(룽촹중궈)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완다상업은 완다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중국 전역에 200여 개 복합쇼핑몰과 85개 호텔, 13개 테마파크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5년간 부동산, 영화관 등 분야에서 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워온 왕 회장이 돌연 자산 매각을 결정한 것은 중국 당국의 M&A 조사와 규제로 자금난이 불거진 탓이다. 당국은 최근 대형 국유은행들에 완다그룹의 해외 투자 사업에 대한 자금 대출을 잠정 중단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감독관리위원회가 대형 국유은행 책임자들을 소집한 회의에서 완다가 2012~2016년에 진행한 해외 기업 인수 가운데 여섯 건이 투자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한 것.

문제가 된 6건의 M&A는 미국 대형 극장 체인 AMC엔터테인먼트와 카마이크시네마, 영국 요트 제작 업체 선시커인터내셔널, 영화사 레전더리엔터테인먼트, 유럽 최대 극장 체인 오디언앤드UCI, 북유럽 극장 체인 노르딕시네마 인수 등이다. 중국 당국은 이에 따라 아직 인수가 마무리되지 않은 오디언앤드UCI, 노르딕시네마 등 두 건에 대해서는 은행 대출을 규제하거나 외환 송금 관련 승인을 내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까지 완다의 투자 리스크에 대한 보고가 이뤄졌다고 20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완다가 창사 이래 최악의 자금난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 계열사 주가가 폭락했다. 2년 전 주당 170위안까지 올랐던 완다시네마 주식의 경우 최근 거래 정지와 재개를 반복하며 52달러까지 폭락한 상태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완다의 투자 리스크와 관련해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을 시사해 위기설에 기름을 부었다.

19일 자산 매각이 결정된 뒤 왕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위기설이 루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완다상업의 채무는 2000억위안(약 33조원)이지만, 보유 중인 현금 1000억위안과 이번 자산 매각을 통해 확보한 680억위안을 더하면 채무 상환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는 완다를 비롯한 대기업들의 해외 M&A 문제를 연일 부각하고 있다. 관영 CCTV는 19일 밤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 기업들의 해외 M&A 실태를 집중 분석했다. 방송은 전문가들 의견을 인용해 "실력도 없고 경험도 없는 기업들이 무분별하게 해외 투자에 나서는 것은 중국 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들 기업 상당수는 자산 해외 이전에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당국도 관리감독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옌펑청 발전개혁위원회 대변인은 19일 "유관기관이 지난해 말부터 기업들의 해외 투자 진정성에 대해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부동산, 호텔, 시네마, 엔터테인먼트, 축구클럽 등 5개 분야에서 비이성적 해외 투자를 감시해 리스크를 차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상무부도 지난 13일 해외 투자의 진실성과 적법성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은행감독관리위는 해외 M&A를 주도해온 완다그룹과 하이난항공(HNA)그룹, 안방보험그룹, 푸싱그룹 등에 대한 조사를 은행권에 지시해놓은 상태다.

일각에선 당국의 해외 M&A 자금 조사에 정치적 배경이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올가을 차기 최고지도부를 구성하는 제19차 당대회를 앞두고 당국이 대규모 자금의 편법 해외 이전을 조사하고 나선 게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해외 도피 중인 부동산 재벌 궈원구이는 최근 외국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중국 전·현직 지도부가 기업들의 해외 M&A를 이용해 막대한 비자금을 해외로 빼돌리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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