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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3분기엔 삼성전자 실적 ‘주춤’…IT주 상승 제동 빌미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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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Weconomy | 이종우의 흐름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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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1992년에 윈도가 세상에 나왔다. 도스 시스템에 길들어 있던 당시 사람들에게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워드와 엑셀 작업을 한 컴퓨터에서 동시에 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윈도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반도체 가격이 급등했다. 윈도를 사용하려면 컴퓨터 용량이 커야 하는데, 이를 위해 반도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윈도95가 출시되면서 그 경향이 더 강해졌다.

반도체 가격 상승은 삼성전자의 주가 급등을 가져왔다. 2만5천원에 지나지 않던 주가가 3년 만에 17만5천원까지 올랐는데, 주가가 한창 상승할 때에는 열흘 가까이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다른 아이티(IT) 주식은 별로 오르지 않았다. 1994년 말에 종합주가지수 상승이 꺾인 데다,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었다.

2000년은 1992년과 다른 모습이었다. 인터넷과 휴대전화 보급으로 활황이 시작됐는데, 대형주부터 코스닥에 있는 중·소형주까지 아이티로 분류된 기업은 대부분 주가가 올랐다. 당시 상승은 실적보다 기대가 더 큰 역할을 했다. 따라서 심리적 요인이 주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이 됐는데, 아이티 버블 붕괴로 선진국의 주가가 하락하자 우리 시장도 주저앉고 말았다.

아이티 주식의 힘이 점점 세지고 있다. 5월까지만 해도 다수의 대형주가 상승 대열에 속해 있었는데, 6월에 아이티와 은행주로 그 대상이 줄더니 이제는 아이티만 남았다. 이들마저 상승 대열에서 벗어날 경우 시장 전체가 조정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아이티 상승은 1992년과 2000년 상승 때와 유사한 모습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가 2분기에 14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실적이 좋은 아이티 주식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기업 이익에 기반한 주가 상승이란 1992년의 흐름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주가가 상승하자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가 자주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데, 이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라는 2000년의 특징과 부합한다.

당분간 아이티 중에서 새롭게 상승 대열에 들어오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실적에 의한 상승이 확고해지면서, 이익이 괜찮은 회사의 경우 대부분 주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란 막연한 기대가 작동할 정도로 주가가 낮은 상태가 아닌 것도 상승 종목을 늘리는데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

1992년처럼 삼성전자의 이익 증가가 약해질 경우 아이티 주가 전체가 멈출 수 있다. 지금까지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에 비해 1분기에 0.7조, 2분기에 4.1조씩 체증적으로 늘었지만, 3분기는 상황이 조금 다를 것 같다. 증가분이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높은 주가와 맞물릴 경우 상승 요인으로서 역할이 제한될 수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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