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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연구용 제대혈 관리 허술…보건당국, 4개 기관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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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이 제대혈은행을 운영중인 서울시보라매병원, 차병원, 동아대병원, 녹십자랩셀(144510)4개 기관을 제대혈 관리를 허술하게 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들 기관은 제대혈 보관 기록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폐기’로 기록하고 무단으로 사용하는 등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2월부터 6월 말까지 제대혈 은행 및 연구기관 총 40곳을 대상으로 연구용으로 제공된 ‘부적격’ 제대혈 사용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조사 결과와 조치 사항을 20일 발표했다.

제대혈이란 태아와 태반을 연결하는 탯줄(제대) 속을 흐르는 혈액으로 조혈모세포와 간엽줄기세포가 풍부하게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국내에서는 다양한 조혈모세포와 줄기세포가 포함돼 백혈병, 재생불량성빈혈 등을 치료하기 위한 이식목적으로 보관·사용하는 ‘적격’ 제대혈과 세포수가 8억개 미만으로 이식에 적합하지 않아 폐기가 원칙이지만 예외적으로 연구 목적으로 사용을 허가하는 ‘부적격’ 제대혈로 구분해 관리한다.

조선비즈

국내에서는 기증제대혈 중에서 적격제대혈과 부적격제대혈을 구분해 일부 부적격 제대혈을 연구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 보건복지부 제공



◆ ‘폐기’로 기록하고 무단 사용…산모 이름도 안 지워

이번 조사 대상은 연구용 부적격 제대혈을 공급·사용하는 기증 제대혈은행 9곳과 제대혈 연구기관 31곳이다. 이들이 수행한 제대혈 연구과제는 모두 105건이며 연구용으로 공급된 부적격 제대혈은 1만4085유닛이다. 1유닛은 한사람의 탯줄 속 혈액으로부터 수집된 제대혈 1팩의 단위다.

조사 결과 제대혈은행 중에서는 승인 없이 제대혈을 보관한 사례가 1만4157유닛(20.6%), 공급신고의무를 위반한 경우가 77유닛(0.11%), 제대혈정보를 임의 제공한 경우가 4유닛(0.006%)으로 드러났다.

제대혈 연구기관의 경우 세포분리 후 보관기록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가 13건, 연구 종료 후 폐기하지 않은 사례가 18건, 타 연구자에게 제대혈을 양도한 경우가 1건 적발됐다.

서울시보라매병원과 녹십자 제대혈은행은 총 10유닛을 폐기한 것으로 기록한 뒤 제대혈정보센터에 신고를 하지 않고 공급해 사용했다. 서울시보라매병원과 동아대병원, 차병원은 신고 내용과 달리 실제로는 65유닛을 초과 사용했고, 서울시보라매병원은 2유닛에 대한 신고 기간을 초과했다. 차병원은 제대혈 4유닛을 공급하면서 산모이름 등 신상정보를 삭제하지 않고 공급해 규정을 위반했다.

제대혈 연구기관의 연구용 부적격 제대혈 사용에 관한 기록 관리도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포 분리 후 보관 기록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가 13건이었으며 2개 연구기관은 부적격 제대혈을 이용한 세포분리실험 보관 기록을 부정확하게 했다.

제대혈 연구기관이 연구 종료 후 부적격 제대혈을 폐기하지 않은 사례는 총 18건이었다. 연구기관 1곳은 공급받은 제대혈을 연구기간이 끝난 후 타 연구 과제에 세포 분리 연습용으로 제공했다. 또 7곳은 연구종료 후 잔여 부적격 제대혈이나 분리된 줄기세포를 폐기하지 않고 계속 보관했다.

◆ 후속 대책 나선 복지부, 관리 규정 손질 처벌 조항 강화

부적격 제대혈의 중간엽줄기세포 등을 증식·배양하면 난치병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연구용 부적격 제대혈을 이용한 치료제 연구가 활발히 진행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차병원 그룹 일가가 차 의과대학의 연구용 부적격 제대혈을 불법으로 사용한 사실이 밝혀지며 관리 소홀 문제가 불거졌다. 이번 조사에서 부적격 제대혈 부정 사용 사례는 없었지만 전반적인 관리 상 허점이 드러났다.

복지부는 이번 조사결과 제대혈 공급신고의무를 위반한 서울시보라매병원, 차병원, 동아대병원, 녹십자랩셀 등 4개 기관을 고발할 예정이다. 관련 법규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전망이며 비밀누설금지의무를 위반한 차병원에 대해서는 1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복지부는 제대혈 관리를 강화하고 제대혈 관련 처벌 조항을 정비하는 등의 강도 높은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제대혈은행이 제대혈정보센터의 승인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연구기관에 제대혈을 공급하거나 허위 신고·공급한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 허가취소 이외에도 영업정지, 시정명령 등의 행정처분을 신설해 제재할 계획”이라며 “ 제대혈 연구기관이 제대혈을 무단으로 사용한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하고, 향후 연구참여를 제한하는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부적격 제대혈도 적격의 경우과 같이 ‘제대혈정보센터’에 등록하도록 해 관리를 강화하고, 현재 무상으로 제공되는 연구용 부적격 제대혈에 대해 일정한 비용을 받도록 해, 제대혈이 가치있게 사용될 수 있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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