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7 (월)

[월드 톡톡] 시진핑 닮은 죄?… 中서 사라진 '곰돌이 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9차 당대회 앞두고 검열 강화… 인터넷·웨이보 등서 검색 안돼

'시진핑 발언' 비틀어 말한 간부, 당 기율 해쳤단 이유로 면직

조선일보

2013년 6월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걸어가는 모습을 디즈니 만화영화 캐릭터 곰돌이 ‘푸’와 그의 친구 ‘티거’에 비유해 그린 그림. /인터넷 캡처


귀여운 만화 캐릭터인 '곰돌이 푸'가 중국 인터넷에서 졸지에 검열 대상이 됐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문제로 삼은 건 '푸'가 '티거'(호랑이 캐릭터)와 나란히 걸어가는 그림〈사진〉이다. 이 그림은 지난 2013년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당시 두 사람이 걸어가는 장면과 닮아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 그림이 지난 주말부터 중국 인터넷에서 사라졌다고 FT는 전했다. 실제 푸의 중문명 '샤오슝웨이니(小熊維尼)'를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입력하면 푸가 등장하는 다른 그림은 대부분 나오지만, 유독 이 그림만 검색되지 않는다.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微信)의 캐릭터 선물 코너에서도 이 그림은 찾을 수 없다.

FT는 "당국의 공식 설명은 없지만, 이 그림은 시 주석을 희화화했다는 이유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올가을 (차기 지도부를 결정할)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검열이 강화되는 추세"라고 했다. 베이징외국어대 차오무(喬木) 교수는 "과거에도 (당대회를 앞두고) 정치적 행동이 금지됐지만, 올해는 '주석을 소재로 한 이야기'까지 금지 목록에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시 주석에 대해 논평했다가 구금된 온라인 평론가도 있다"며 "푸에 대한 검열도 같은 맥락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에선 시 주석 발언을 비틀어 농담했던 한 고위 간부가 면직됐다고 홍콩 성도일보가 최근 보도했다. 네이멍구 질량기술감독국의 장하이순(張海順) 국장은 지난 2월 간부회의에서 "시 주석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열심히 하자'고 했는데, 우리도 한번 해보자! 치마를 걷어올리고 열심히 하자!"고 했다. 소매를 치마로 바꿔 농담했다가 당 기율을 해쳤다는 이유로 면직된 것이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