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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평균시급 2896원’ 장애인들이 보는 최저임금 753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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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월급 10만원대…“뉴스 보기 괴로워요”

‘근로능력 현저히 낮을 땐 제외’ 법규

인권위 “감액 없이 최저임금 적용” 권고



최저임금이 역대 최대 인상액(1060원)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주말 박아무개(26)씨와 어머니 최아무개(58)씨는 쓴웃음을 지어야 했다. 박씨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다른 나라’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발달장애 1급인 박씨는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자다. 서울의 한 장애인 근로사업장에서 쇼핑백의 틀을 잡고 끈을 다는 일을 한다. 이 일로 그가 받는 월급은 19만원, 식대와 각종 세금을 빼면 손에 쥐는 금액은 10만원 안팎이다. “최저임금 올라서 삶이 이렇게 바뀌고 저렇게 바뀐다는데 어차피 남의 일이니까…, 뉴스 보는 게 괴롭죠.” 어머니 최씨가 한숨을 쉬었다.

시급 7530원으로 훌쩍 뛴 최저임금을 두고 ‘역대 최대 인상액’, ‘역대 4번째로 높은 인상률’ 등 다채로운 수식어가 따라붙었지만,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된 장애인들은 더 큰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최저임금법은 ‘정신장애나 신체 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에 대해선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4월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의 평균 시급은 지난해 기준 2896원에 불과하다. 2012년 2790원과 비교해 겨우 106원 오른 금액이다.

장애인 노동자에게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해도 되게 한 이 조항은 일자리를 얻기 어려운 중증 장애인에게 일할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장애인 인권단체들은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이 조항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2년 “장애인에게도 감액 없는 최저임금을 적용하라”고 권고했다.

장애인 노동자에게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려는 사업주는 노동부 인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건수는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7935명으로 2012년 3258명에 비해 2.4배 증가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남연 대표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국민 대다수가 환영해야 할 일이지만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없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4대 보험도 가입할 수 없는 이들이 대다수다. 이들이 언젠가 부모 없이 자립해야 할 때 기댈 곳은 월급뿐인데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을 손에 쥔다면 이들의 자립은 영영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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