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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최저임금 올리면 기업 망한다?…200년 된 ‘자본가의 엄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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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국·유럽 등 거대자본 ‘거짓말’ 담은 만화 눈길

보수언론, 최저 시급 인상에 대기업 이해만 일방 대변

노동친화적 정책 펼칠때마다 ‘기업 망한다’ 엄살 떨어

대기업의 납품가 후려치기·원하청 구조 등은 눈감아



한겨레

자본가들이 노동친화적 정책이 도입될 때마다 어떤 주장을 해왔는지 잘 보여주는 만화. 커뮤니티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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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뒷감당까지 국민 세금에 떠넘기다니’(조선일보)

‘최저임금 충격, 한국경제가 견뎌낼 수 있나’(중앙일보)

‘최고 인상한 최저임금, 중기·소상공인 고통 외면할 건가’(동아일보)

내년 최저 시급을 7530원으로 인상한다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지난 15일 결정에 대한 17일치 조·중·동 사설이다. 세 신문의 사설을 모아보면, 세금으로 시급 1060원 인상분 일부를 지원하더라도 중기·소상공인은 견딜 수 없는 고통에 빠지고 한국경제가 망할 것 같은 위기감이 든다. 사실일까.

한 누리꾼이 17일 ‘최저임금을 올리면 자영업자가 망한다는 말을 들을때 마다 생각나는 만화’라며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린 한 장의 만화가 화제다. 미국의 정치 만화가인 베리 도이치의 만화를 한글로 번역한 것이다. 자본가들이 정부와 노동자들을 상대로 어떤 ‘거짓말’을 해왔는지 잘 보여준다. 노동자들을 위한 법안이나 정책이 만들어질 때마다 자본가들이 갖가지 이유를 들며 반대했지만 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노동친화적인 정책 때문에 망한 기업은 거의 없으며 경제는 꾸준히 성장해왔다는 사실을 꼬집고 있다.

만화는 1842년 미국에서 제정된 파업 합법화 법안에 대해 자본가들이 “살아남을 기업이 없다”며 엄살을 떨었던 때부터 최근까지의 역사를 훑어내린다. 1938년 노동자들의 ‘주 40시간 노동’을 법제화할 당시, 자본가들은 “어떤 기업이 노동자를 고용하겠냐”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80년이 지난 오늘날 주 40시간 노동은 보편적인 표준이 됐다. 1964년 여성과 흑인에게도 남성과 동등한 임금을 줘야한다는 법이 제정됐을 당시에도 자본가들은 “법률이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1970년대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는 법이 제정되자 “영구적인 대량 실업을 초래할 것”이라고 겁박했다. ‘노동자들의 권익이 향상되면 기업이 고용을 기피하게 되고 대량실업으로 이어져 경제에 큰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자본의 주장은, 100년 넘게 반복되어 고정 레퍼토리지만 사실과는 달랐다는 내용이다.

조·중·동을 포함해 재벌·대기업의 이해를 대변해온 경제신문들의 논리는 이 만화가 꼬집은 자본의 고정 레퍼토리와 얼마나 다를까. 이들은 영세중소기업과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4조원을 지원한다는 정부의 후속대책에 대해서도 ‘국고 사정을 나쁘게 하면서 인건비 부담이 늘고, 고용이 축소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산업혁명 이후 노동친화적인 정책이 도입될 때마다 ‘대량 실업이 걱정된다’거나 ‘기업이 망한다’며 엄살을 떨면서 정부와 노동자들을 ‘겁박’해 온 논리와 맞닿아 있다. 보수언론들이 영세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을 걱정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재벌·대기업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원청과 하청 관계로 짜여진 구조에서는 중소기업의 원가 인상은 대기업에게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최저 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줄이려면,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대한 납품 단가 등을 인상해줘야 중소기업이 임금 인상분을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보수언론들은 이같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문제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감당해야할 문제로만 몰아가고 있다. 그것도 산업혁명 이후 이어져온 거짓말을 동원해서 말이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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