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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세금으로 민간 월급 지원… 최저임금 1만원땐 年16조 메꿔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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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은 문재인 정부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소득주도 성장' 모델을 구현하는 주요 정책 수단 중 하나이다. 근로자 임금 수준을 끌어올려 소비를 촉진하고,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가 가보지 않은 길이다. 선진국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은 정책 효과를 둘러싸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이슈이다.

정부는 최저임금의 무리한 인상은 일자리를 오히려 줄일 수 있다는 일각의 비판을 의식, 일요일인 16일 관계 부처 합동 명의로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서둘러 내놨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4조원+α'의 지원책이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고용 감소 등 부작용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제대로 할지는 의문이다.

◇정부 "4조원대 지원" vs 업계 "추가 인건비만 15조2000억원"

우선 인건비 지원 규모를 놓고 정부와 재계가 맞서 있다. 정부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이 추가로 부담할 인건비 중 3조원 안팎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16.4%)과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7.4%) 간 격차(9%포인트)의 상당 부분을 금액으로 환산한 것이다. 여기에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부가가치세 공제 확대 등 간접지원(1조원+α)을 합하면 전체 지원액은 4조원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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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당장 내년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추가 부담할 인건비가 15조2000억원"이라며 "영세한 중소·상공인들은 줄도산하거나 인력을 감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중기중앙회의 추정치는 '2017년 최저임금위원회 고용통계'를 기반으로, 하루 8시간 근무 기준으로 4대 보험 등 간접 비용을 포함했다. 현재 최저임금 근로자는 295만9000명으로, 이들에 대한 내년 추가 인건비 부담액은 11조8967억원이다. 여기에 지금은 최저임금 이상인 시급 6470~7530원을 받는 근로자들도 이번 인상에 따라 추가로 최저임금 대상자가 된다. 이들에 대한 인상분이 3조3491억원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정부의 약속이 모두 실현된다고 해도 영세 중소기업들과 소상공인들이 내년에 10조원 이상을 떠안아야 한다"며 "지금도 중소 제조업체의 30% 정도가 적자를 내는데 더 견디기 힘든 상황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금으로 임금 인상분 지원, 언제까지?

민간기업의 임금 인상분을 정부가 세금으로 메꿔 주는 방식이 적절한지 논란이 일고 있다.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나고, 경쟁력을 상실한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연시켜 경제 전반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재원 조달 방법도 문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정부 계획대로 2020년에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되면, 2017년 대비 추가 인건비 부담액이 81조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노민선 연구위원은 "지금 같은 방식이면 2020년에는 16조원 이상의 재정을 쏟아부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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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들의 두 표정 - 지난 1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11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된 이후 사용자 측인 이동응(오른쪽) 위원과 근로자 측인 권영덕 위원이 서로 다른 표정을 지으면서 반대 방향을 보고 있다. /신현종 기자



임금 인상분을 100% 정부가 보전해 주지는 못하는 조건에서,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힘든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선택지는 3가지다.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거나 인력을 기계로 대체하거나, 사업을 접는 것이다. 현재도 전체 근로자 중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 비중이 16% (2016년 기준)에 이른다. 최저임금도 못 받는 근로자 수는 최저임금이 연평균 7%가량 오른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100만명 이상 늘었다(2013년 212만명→2017년 313만명). 최저임금을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데도 영세 상공인들은 범법자가 되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 정부는 추가 인건비를 신청하는 업체에만 지원금을 주겠다는 입장인데, 지금도 법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정부 정책에 얼마나 협조적으로 나올지 의문이다.

고용 감소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주유소나 편의점 등 시간제 근로자를 많이 쓰는 자영업자들은 키오스크(무인 계산대) 설치 등 자동화를 통해 고용 인력을 더 줄이는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달 초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내년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를 경우 대응책(복수응답)'을 묻는 질문에 '신규 채용 축소'(56%) '감원'(41.6%) '사업 종료'(28.9%) 등을 선택하겠다는 답이 많았다.

금원섭 기자(capedm@chosun.com);성호철 기자;최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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