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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7개월째 달려온 코스피, 과속방지턱도 잘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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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8개월 연속상승 새 역사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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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_김승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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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만 18.03%나 올라

나스닥 제치고 상승률 최상권

수출 증가 따라 코스피도 상승

선진국 제조업·소비심리 개선

하반기에도 수출 안정적 예상

시총이 GDP 규모 넘어선데다

미·영 중앙은행 긴축정책 방침

코스피 상승속도 줄어들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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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는 올 상반기 내내 달려 18.03% 올랐다. 미국의 나스닥 지수(14.1%)와 인도의 센섹스 지수(16.1%)를 따돌리고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상승률 최상위권에 올랐다. 2월에 2100을 돌파해 6월에 2400을 터치하기까지 계단식으로 올라가 강세장의 체력을 뿜어냈다. 증시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코스피가 이어 달릴 만한 안전띠를 갖추고 있지만 감속 구간으로의 진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가 여태 밟아보지 못한 울퉁불퉁한 길인 만큼 과속방지턱이 도사리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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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띠는 잘 매졌나

코스피는 사상 첫 8개월 연속 상승에 도전 중이다. 미국과 일본 증시는 9개월 연속 상승의 기록을 갖고 있다. 코스피의 상승을 앞에서 끌어 주고 있는 것은 수출이다. 수출은 이미 8개월 연속 늘고 있고 올해 들어서는 6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수출 추이는 한 달 시차를 두고 코스피에 반영되고 있다. 수출이 지난해 11월 증가세로 반전하자 코스피는 12월부터 상승으로 돌아섰다. 올 4월 수출이 급증(23.8%)하자 5월 코스피도 급등(6.44%)했다. 반면 5월 수출 증가율이 10% 초반으로 내려서자 코스피의 6월 상승률(1.89%)도 낮아졌다.

일부에선 국제유가 하락 영향으로 하반기에 수출단가가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황이 좋아지면서 유가가 바닥을 찍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수출단가는 유가보다 중국의 수요가 늘고 있는 구리와 니켈 같은 산업재 가격에 더 민감하다. 홍춘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선진국의 제조업과 소비심리 개선으로 수출은 하반기에도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시는 지난 7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2분기 실적 시즌에 들어섰다. 증권사들은 코스피 시장 상장사들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에 견줘 18%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 1분기(28%)의 폭발적 증가에는 못 미치지만 여전히 좋은 편이다. 코스피 기업의 연간 순이익(130조원)은 30%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실적 발표는 주가의 가파른 상승이 정당했는지에 대한 확인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익 증가세의 기울기가 완만해져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못 미칠 경우 코스피의 안전띠는 헐거워질 수 있다. 반도체 등 수출 대형주 중심의 이익 쏠림현상도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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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가 가리키는 과속방지턱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은 흔히 ‘주인과 그림자’의 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그림자인 증시의 시가총액이 주인인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추월할 경우 시장이 과열돼 주가에 거품이 생기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6일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의 시총은 1767조원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올해 우리나라의 명목 지디피 1711조원을 3.3% 넘어섰다. 과거 한국 증시는 시총이 지디피 규모를 넘어설 때마다 브레이크가 걸렸다. 2007년에 시총이 지디피의 110% 가까이 치솟자 코스피는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100%에 도달하면서 하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기준에서 보면 지금도 코스피는 숨이 턱에 차오른 상황으로 갈림길에 섰다고 볼 수 있다.

외국 증시는 상장사 시총이 지디피를 넘어선 곳이 꽤 있다. 영국과 미국 등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직접 금융’이 발달한 나라들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총이 지디피를 넘어선 선진국과 일부 신흥국들은 증시에 상장한 기업들의 비중이 큰데다, 상장사들의 배당 성향이 매우 높아 주가가 프리미엄을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피 최고치 행진의 일등공신은 단연 외국인 투자자다. 외국인은 지난해 2월 이후 한 달(11월)만 제외하면 국내 주식을 16개월 연속 순매수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코스닥을 합쳐 국내 증시에서 10조3208억원을 쓸어 담았다.

외국인이 상반기에만 한국 주식을 10조원 이상 사들인 사례는 올해가 네 번째다. 닷컴 거품이 한창이던 2000년(10조8천억원)과 중국발 대세 상승기에 들어선 2004년(12조2393억원),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1조1379억원)이 해당한다.

외국인들의 ‘바이 코리아’ 행진은 지속될 것인가?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매수세가 하반기에도 이어지겠지만 그 강도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기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상반기에 8조원 이상 순매수한 연도를 살펴보니, 하반기에 그보다 더 많은 주식을 사들인 경우는 금융위기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이 다시 들어온 2009년 말고는 없었다는 점에서, 올 하반기 외국인의 매수 규모는 줄어들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옐로카드 꺼낸 중앙은행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지난달 말을 전후해 일제히 긴축으로 깃발을 바꿔 들었다. 영원한 비둘기인 줄만 알았던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난달 27일 돈풀기를 축소할 것임을 시사하자 금리가 치솟고 유로화 가치는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마크 카니 영국 중앙은행(BOE) 총재도 연내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금융위기 이후 사들인 국채 등의 만기가 돌아오면 재투자를 줄이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통화정책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긴축의 시대가 열리는 형국이다.

중앙은행들의 이런 변화의 이면에는 ‘중앙은행들의 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이 있다. 국제결제은행은 지난달 25일 연례 보고서에서 금융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며 중앙은행들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못마땅해하는 태도를 보였다. 국제결제은행 자료를 보면 주요 17개국 가운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높아진 나라는 한국, 프랑스, 벨기에 등 세 나라다. <로이터> 통신은 2007년 이후 지디피 대비 민간부채 비율이 한국과 캐나다 등에서 30% 이상 늘어나 통화정책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중앙은행들이 최근 자산가격 과열에 불편해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은 주가가 기업의 이익에 견줘 다소 높아 보인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김수연 한화증권 연구원은 “국제결제은행과 중앙은행의 의도는 자산가격의 거품을 잡는 데 있다”고 짚었다. 긴축 깃발은 증시에 옐로카드로 비쳐 또 하나의 과속방지턱이 될 수 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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