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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급증하는 기업 쪼개기… 작년 기업분할 17개社 주가 12%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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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음료 사업이 주력인 오리온은 지난해 11월 오리온홀딩스, 오리온으로 분리한다고 공시하고 올해 회사를 분리했다. 분할로 인해 새로 만들어지는 '오리온'은 제과 사업 부문을 전담하는 사업회사가 됐고, 기존에 있던 회사인 '오리온홀딩스'는 제과 외 쇼박스 등 사업 부문을 맡고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됐다. 이처럼 증시에 회사를 쪼개겠다고 나서는 '기업분할(企業分割)'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회사를 나누겠다고 공시한 기업은 14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늘었다. 기업분할이란 말 그대로 한 개의 기업을 여러 개로 쪼개는 것을 뜻한다. 기업들은 왜 회사를 쪼개겠다고 나서는 것일까. 기업분할에 대해 궁금한 점을 7개 질문을 통해 알아봤다.

조선비즈


1 기업분할에는 어떤 것이 있나.

기업분할은 새로 만들어지는 회사의 주식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갖느냐에 따라 크게 '인적분할(人的分割)'과 '물적 분할(物的分割)' 두 가지로 나누게 된다. 인적분할은 기존 회사 주주들이 일정 비율대로 새로 만들어진 회사의 주식을 나눠 갖고, 나머지 주식은 일반 투자자나 기관이 가지는 분할 방법을 말한다. 분할한 회사 중 기존 기업을 이어받는 기업은 변경 상장되고 새로 생긴 기업은 한국거래소의 심사를 거쳐 재상장된다. 반면 물적 분할은 회사를 둘로 나눈 뒤 기존 회사가 새로 만들어진 회사의 주식을 전부 소유하는 방식이다.

2 기업분할을 하게 되면 회사는 어떻게 변하나.

분할 후 회사의 지위는 차이가 있다. 인적분할이 이뤄지면 기존 회사와 신설 회사는 수평적 관계가 된다. 예를 들면 모회사인 A그룹에 속해 있는 B 회사가 인적분할을 통해 B와 C로 쪼개질 경우 B와 C는 서열이 같은 계열사로 A그룹 밑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반면 물적 분할이 이뤄지면 기존 회사가 모(母)회사가 되고 신설되는 회사는 자(子)회사인 수직적 관계인 점에서 인적분할과는 차이가 있다.

3 기업분할은 왜 하나.

연관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하는 기업이 한 사업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소외되는 분야는 상대적으로 조직이 어수선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차라리 회사를 핵심 사업과 비핵심 사업으로 나눠 주력 사업에 더욱 집중하는 게 좋을 수 있다. 이럴 때 기업분할이 이용된다. 또 기업의 지배 구조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서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눌 때도 기업분할이 이뤄진다. 이와 함께 우회상장 수단으로 인적분할이 활용되기도 하는데, 비상장기업이 상장기업을 합병한 후, 다시 인적분할을 진행하면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 모두 상장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 밖에 구조 조정을 위해서는 물적 분할이 이뤄지기도 한다.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실적이 좋지 않은 사업 부문을 분리해 자회사로 둔 뒤 매각하면 되기 때문이다.

4 기업분할을 하면 주가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나.

일반적으로 기업분할은 증시에서 호재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새로 만들어지면 주주들이 주식을 받을 수 있는 점 등은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지가 지난해 물적 분할에 나선 17개 기업의 주가 추이를 살펴본 결과 분할 공시가 이뤄진 후부터 실제 분할이 이뤄진 이후 한 달까지 주가는 약 12.6% 올랐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CJ오쇼핑이 2010년 인적분할 결정을 밝힌 직후 사흘간 CJ오쇼핑의 주가는 8.91% 급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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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기업분할에 따른 장단점은 무엇이 있나.

기업을 나눠 지주회사를 세울 경우 지배 구조가 투명해지는 장점이 있다. 분할된 회사들은 각 사업의 전문성을 높이고, 경영의 신속성과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기업 가치도 재평가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을 분할하면 장기적으로 회사 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하나였던 기업을 두 개로 나누면 경영 효율성이 떨어지는 단점도 발생할 수 있다. 회사가 하나 더 생기면서 관리자도 늘어나고 각종 판매관리비도 이중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6 최근 기업분할은 많아지는 추세인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인적·물적 분할 공시가 전년 동기보다 2배 이상 많았다. 특히 인적분할은 전년 동기 2건에서 올해 7건으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기업들의 '몸집 부풀리기'로 알려진 합병 공시는 전년보다 1건 줄었다. 이는 현 정부 출범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대기업 총수들은 대주주의 자사주를 인적분할 해서 의결권이 없는 주식을 의결권이 있는 주식으로 전환해 기업의 지배력을 높이려고 한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지주회사 설립 요건을 강화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공약에 따르면 기업들은 인적분할 전 자사주를 소각해야 하며, 인적분할 시 신주(新株) 배정도 금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지주회사 전환도 어려워진다.

7 기업분할주에 투자할 경우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나.

말 그대로 회사를 단순 분할하는 방식 그 자체로는 기업 가치가 변화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기업분할을 하더라도 기업의 실적이나 전망 등 회사 사정에 따라 주가는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사업 환경이 변하지 않은 상황에선 기업의 기초 체력을 고려해 투자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곽창렬 기자(lions363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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