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지난 5년간 이어졌던 신용등급 하향 기조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상반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손실을 입고 업황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조선업체와 일부 건설업체, 수익성이 떨어진 유통 및 관광업체들의 신용도가 떨어졌다. 신용등급 방향성을 보여주는 등급전망(Outlook)을 살펴본 결과 '부정적(Negative)'이 '긍정적(Positive)'보다 2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추가 등급 하락을 예고했다.
6일 한국신용평가는 올 상반기 총 429건의 기업신용등급 평가를 실시한 결과 등급 상승 5건, 등급 하락 10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상반기 총 436건 평가에서 등급 상승 22건, 등급 하락 24건이 발생한 것과 비교해 등급 상승 및 하락 업체 모두 뚜렷이 감소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시작된 신용등급 하향 기조는 2015년 정점에 달했으나 2016년 하향 건수가 급감한 데 이어 2017년에도 소폭 완화됐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14~2016년 상반기 신용등급 하향이 각각 28건, 46건, 24건 이뤄진데 비해 2017년 상반기에는 10건으로 대폭 줄었다. 그동안 등급하향을 주도했던 철강업체와 해운업체들의 신용도가 올 들어 진정세로 돌아섰고 일부 업체들은 아예 신용평가시장에서 퇴출됐기 때문이다. 반면 대규모 투자로 재무부담이 상승한 가운데 업황 부진이 겹친 유통업체와 관광업체들의 신용등급 하락세가 뚜렷했다. 신세계의 신용등급은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한 단계 떨어졌다. 호텔신라와 호텔롯데의 등급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용등급이 급락한 조선업체와 일부 건설업체는 여전히 부정적인 상황을 벗어나지 못했다.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등은 신용등급이 떨어지거나 추가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다만 대표적 취약업종으로 꼽혔던 해운업의 경우 지난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부도 처리되면서 등급하향이 일단락됐다.
대기업 그룹 가운데서는 LS그룹의 일부 계열사들이 등급하향 및 등급전망 조정을 받았다. LS네트웍스가 이베스트투자증권 지분 매각 잠정 중단 여파로 신용등급이 한 단계 떨어졌다. E1은 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됐다.
전력수요 감소로 수익성이 떨어진 민자발전사(동두천드림파워), 시장지위 및 영업실적이 약화된 외국계 금융사(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자산건전성 우려 또는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반영된 증권업체(동부증권, SK증권)등은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부정적' 등급전망을 이어갔다.
유건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장은 "올 하반기까지는 신용등급 하향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올 들어 실적이 급증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석유화학업체들의 신용등급이 어떻게 될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신용등급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등급 전망을 살펴본 결과 신용등급 하향 기조는 중단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등급전망을 보면 긍정적 13건, 부정적 24건, 등급하향검토 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긍정적 건수는 11건에서 13건으로 증가한 반면 부정적 및 등급하향검토 건수는 35건에서 25건으로 감소했다.
한편 사업 구조조정과 부실자산 정리 등 장기간에 걸친 노력으로 신용등급 및 등급 전망이 상향된 업체들도 눈길을 끌었다. 2013년 6월 우리금융그룹 편입 이후 대대적인 부실정리 과정을 거치며 건전성이 제고된 우리종합금융, 자회사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낸 대한제당, 인력 구조조정 및 포트폴리오 구조 개선 등으로 수익성을 높인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 등이 그 주인공이다.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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