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무관용주의와 엄벌주의 형사정책의 산물… 시정해야”
‘법질서 확립’을 외친 박근혜정부 임기 동안 전국 교도소·구치소에 수용된 인원이 해마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법무부에 따르면 ‘교정시설 1일 평균 수용인원’이란 지표가 있다. 전국 교도소·구치소 등 교정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미결수용자, 기결수형자, 감호자 등의 1일 평균 수용인원을 나타내는 수치다.
이명박정부 마지막해인 2012년 4만5488명이었던 교정시설 1일 평균 수용인원은 박근혜정부 첫해인 2013년 4만7924명으로 늘었고 2014년 5만128명, 2015년 5만3892명으로 계속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5만6495명으로 최근 10년 동안 최대치를 기록했다.
교정시설 1일 평균 수용인원은 각종 교정행정 정책을 수립할 때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수용인원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인구밀도가 높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자연히 수용자들이 불편을 겪을 가능성도 커진다. 그 때문에 교정당국은 교정시설 1일 평균 수용인원을 교정시설 신축 여부를 결정하거나 수용자에 대한 처우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중요한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정시설 1일 평균 수용인원이 가장 많았던 때는 김대중정부 시절인 1998년과 1999년으로 각각 6만7883명, 6만8087명을 기록했다. 당시는 국제통화기금(IMF) 개입을 초래한 위환위기로 부도와 파산이 속출해 사기, 횡령 등 생계형 경제사범이 폭증한 시기였다. 법무부 관계자는 “1998∼1999년은 1997년 금융위기로 우리나라가 IMF 관리 체제에 들어간 이후 경제여건 악화에 따라 수용인원이 증가된 것으로 분석된다”며 “1998∼1999년 최고 인원을 기록한 이후 점차 감소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감소 추세를 나타내던 교정시절 1인당 평균 수용인원이 2012년을 기점으로 그 이후 증가로 돌아선 것은 박근혜정부의 법질서 확립 강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3년 4월25일 ‘법의날’ 기념식에 참석해 법원과 검찰 관계자들에게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원칙 아래 공정하고 엄정한 법집행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며 “유전무죄, 무전유죄 같은 부끄러운 말이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상용되지 않도록 앞장서달라”고 당부했다.
그랬던 박 전 대통령 본인이 지난 3월31일 뇌물수수 등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구속수감됐다.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지난 정권 고위인사들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잇따라 구속되면서 교정시설 1일 평균 수용인원은 올 들어 더욱 늘었다. 어떤 구치소는 정원의 1.6배가 수용되어 있을 정도로 과밀이 심각하다고 한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법률신문에 기고한 ‘교정시설 과밀화, 해법은’이란 글에서 “교정시설 과밀화는 박근혜정부의 무관용주의와 엄벌주의 형사정책, 과거 ‘범죄와의 전쟁’을 연상시키는 성폭력·가정폭력·학교폭력·불량식품 4대악 척결로 검거 인원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마구 잡아들이고 가두는 후진적 형사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범죄자라고 하더라도 과밀수용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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