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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강정마을 건의문’에 마을 의견 반영 안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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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제주도, 구상금 소송 철회·특별사면·공동체 사업 지원 요청

도내외 87개 단체장 이름으로 건의문 내면서 마을회는 제외

건의문에 마을회가 주장한 진상조사·명예회복 반영 안 돼

원희룡 지사도 취임 초기엔 진상조사 약속

강정마을회·시민단체 “대통령 공약에 숟가락 얹기” 비판



한겨레

제주도가 지난 26일 87개 단체장 등의 이름으로 청와대에 강정마을 구상권 청구 소송 철회 등을 요청하는 건의문을 냈다. 사진은 지난해 3월31일 강정마을회 등이 제주도청 앞에서 구상권 철회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모습이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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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청와대에 80여개 단체장 이름으로 강정마을 구상권 청구소송 철회 등을 요청하는 건의문을 내면서 정작 당사자인 강정마을회의 의견은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도는 지난 26일 청와대에 ‘강정마을 구상권 청구(소송) 철회 및 공동체 회복을 위한 건의문’을 제주지사와 국회의원, 도의회의장, 대학 총장, 농업인단체와 관변단체 대표, 종교인 대표, 다른 지방 제주도민회장 등 87개 단체장 등의 이름으로 제출했다고 28일 밝혔다. 도는 건의문에서 “국책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강정마을 공동체 안팎의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는 일이 화급한 과제로 남아 있다. 그동안 갈등 해소를 위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 등이 미흡해 국정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도는 이어 “지난해 해군의 손해배상(구상금)청구 소송으로 마을 공동체는 심대한 정신적 충격으로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며 “강정마을 주민에 대한 구상금 청구소송 철회와 특별사면, 정부가 추진하는 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한 사업이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건의문은 강정마을회가 그동안 주장해 온 건설 과정에 대한 진상조사를 통한 명예회복 등은 빠뜨렸다. 결국 건의문 내용이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 수준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취임 초기인 지난 2014년 9월 조경철 마을회장이 “진상조사는 명예회복을 위해 필요하다”고 밝힌 데 대해 ”진정성을 갖고 진상조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진상조사를 약속한 바 있다.

고권일 강정마을회 부회장은 “건의문은 마을 쪽과 협의해서 만든 게 아니다. 마을 공동체 회복사업을 위해서는 반드시 명예회복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바뀌었다고 잘못한 사람들에게 특혜나 시혜를 베푸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진상조사를 통해 책임 있는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도 “건의문은 대통령의 공약에 견줘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야 하는데 공약 이행을 요청하는 정도에 불과하다”며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 밥숟가락 얹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강정마을회는 당사자여서 건의문에 포함하지 않았다. 애초 청와대 쪽에서 지금은 공약 사항 중심으로 건의해달라고 해서 마을회가 요구하는 진상조사 부분은 같이 처리하기 애매해 구두로만 전달했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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