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6건 잇따라 접수, 자체 훈련으로 확인…"사전통보 의무화해야"
총성은 주한미군이 외부 침입에 대비한 가상훈련을 하면서 쏜 공포탄 소리로 드러났지만 도심에 주둔한 주한미군 부대에서 주민 피해가 예상되는 훈련을 사전에 통보조차 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산 55보급창 전경 [연합뉴스 자료 사진] |
28일 55보급창과 동부경찰서, 인근 주민 등에 따르면 지난 20∼21일 오후 8∼9시께 부산 동구 범일5동 주한미군 제55보급창에서 연달아 총소리가 났다.
인근 주민 권모(61) 씨는 "저녁에 산책하러 나왔다가 55보급창에서 '탕탕탕∼' 소리가 들려 너무 놀랐다"며 "한 10발 정도 연달아 소리가 나더니 멈췄다"고 말했다.
권씨는 "군대를 갔다 온 이라면 총소리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였다"며 "이 동네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데 55보급창에서 총성이 난 것은 처음이라 더 놀랐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이모(77·여) 씨는 "밥 먹고 집에서 쉬는데 '다다다∼' 콩 볶는 큰 소리가 수차례 들렸다"며 "전쟁이라도 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
평소 전투 훈련이나 사격보다는 군수물자를 수송·보관하는 역할을 해온 55보급창에서 발생한 총성이라 의아하게 생각하는 주민이 상당수였다.
당시 이틀 동안 경찰 112 전화로 총성이 들렸다는 주민 신고가 6건 접수됐다.
21만7천755㎡ 면적의 55보급창은 6·25전쟁 중이던 1950년 8월 미군이 북항 8부두로 들어온 군수물자를 보관·배분하기 위해 설치됐다.
경찰은 주민 신고가 잇따르자 55보급창에 직원을 보내 사실관계를 파악한 결과 경북 지역의 주한미군 부대인 캠프 '캐럴(Carroll)'의 헌병들이 55보급창에서 자체 훈련을 벌이며 공포탄을 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훈련은 외부 침입에 대비한 가상훈련으로 군용 '험비' 차량 수십 대와 공포탄을 장착한 자동화기까지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주한미군 55보급창 [김선호 기자] |
경찰은 이후 들어오는 주민 신고에 대해서는 미군 훈련 사실을 알렸다.
주한미군 측은 야간에 큰 소음이 발생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주민이 놀랄 수 있는 훈련을 하면서도 지자체나 경찰에 이 사실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55보급창 관계자는 "훈련을 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내용이나 관련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한미군이 부대 안에서 자체 훈련을 하는 경우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박석분 상임운영위원은 "2002년 훈련 중인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미선이·효순이 사고 이후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를 열어 미군 훈련 2주 전 사전통보하도록 했지만 유명무실화되고 있다"며 "소파 개정을 포함해 미군이 훈련을 통보하도록 의무화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win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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