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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지난해 10월 ‘비선실세 있냐’ 물으니··· 박근혜 전 대통령 ‘비참하다’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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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이 지난해 10월 최순실씨(61·구속 기소)의 ‘비선실세’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지자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 만나 “비참하다”고 언급한 정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재판에서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김성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57)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김 전 수석은 지난 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 받았다.

진술조서에 따르면, 김 전 수석은 지난해 10월12일 최씨와 관련된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보도가 잇따르자 청와대 수석비서관 몇몇과 함께 박 전 대통령을 만나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당시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구속 기소)이 정호성 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에게 요청해 청와대 본관 회의실에서 박 전 대통령과의 수석비서관들의 만남이 성사됐다. 안 전 수석과 김 전 수석,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0·불구속 기소) 3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김 전 수석 진술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자금을 출연한 경위에 대해 “기업인들과 만나 ‘윈윈하는’ 자리를 만들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어 김 전 수석이 “실제 비선실세가 있습니까”라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비참하다”며 사실상 비선실세의 존재를 인정하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김 전 수석은 미르·K스포츠 재단과 최씨의 관련성을 염두에 두고 박 전 대통령에게 “(최씨가) 호가호위 했습니까”라고 물었지만, 박 전 대통령은 “그 사람이 한 일은 모른다”고 답했다. 김 전 수석은 이 같은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당시 비선실세가 있기는 한가보다라고 생각했다”고 특검에 진술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수석비서관들과의 논의가 있고 8일 뒤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대수비)에서 최씨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과거에도 많은 재단들이 기업의 후원으로 사회적 역할을 해왔는데, 전경련이 나서고 기업들이 이에(재단 설립에) 동의해준 것은 감사한 일”이라며 재단 설립과 관련한 ‘비선실세’ 의혹을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수석은 “(앞선 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최씨의 존재를) 국민들에게 밝혀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말씀 드렸지만 박 전 대통령이 말씀이 없으셨다”며 “그 이후 ‘비선실세’ 언급이 빠진 채 대수비 발언이 나왔다”고 진술했다.

진술조서에 따르면, 김 전 수석은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과 출연 기업 총수들 간의 독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안 전 수석에게 “독대 이야기도 (박 전 대통령의 대수비 발언에) 써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그러자 안 전 수석은 “대통령께서 완강하게 반대하신다”며 김 전 수석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대수비에서의 해명 이후에도 관련 의혹이 지속되자 박 전 대통령은 대수비 나흘 뒤인 지난해 10월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 논의 카드’로 국면 전환에 나섰다. 당시 상황에 대해 김 전 수석은 “개헌 발표 이후 언론이 다 개헌 논의를 쫓아가 (청와대 안팎에서는) ‘신의 한수’라는 평가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날 저녁 한 언론에서 이른바 ‘최순실 태블릿 PC’ 관련 보도가 나와 상황은 급반전 됐다. 김 전 수석은 “술을 마시고 있는데 전화가 빗발쳐서 알고 보니 해당 보도가 났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진술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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