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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병든 모친 살해 후 동거녀까지 죽인 40대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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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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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부산에서 병든 어머니를 살해해 재산을 챙기고 기초연금까지 가로챈 40대 남성의 범행이 홧김에 동거녀까지 살해하면서 들통났다.

부산지방검찰청 서부지청은 존속살해 혐의로 박모(48)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27일 밝혔다. 박씨는 2009년 6월 18일 병든 어머니(당시 66세)를 살해하고 적금과 전세금 2400만원을 챙긴 뒤 지난 2월까지 기초연금 1100여만원을 가로채 생활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 어머니가 살해된 사실을 알거나 눈치챈 사람은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다리가 아파 입원한 어머니를 다른 병원으로 모신다며 퇴원시킨 뒤 곧바로 살해해 시신을 야산에 버렸고 "모친이 장기간 입원해야 한다"며 전셋집을 뺐기 때문이다. 박씨에게는 친형이 있었지만, 그는 모친과 사이가 좋지 않아 경찰의 연락을 받기까지 모친이 사라진 사실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모친의 시신은 2010년 11월 벌목공에 의해 발견됐지만, 무연고 시신으로 처리됐다가 또 다른 살인 사건으로 박씨의 범행이 밝혀진 뒤 신원이 확인됐다. 박씨는 또 2011년 8월 오후 11시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의 한 해안도로 인근 자신의 승합차 안에서 동거녀 A씨(당시 44세)를 목 졸라 살해한 뒤 바다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A씨의 가족이 "A씨가 연락되지 않는다"며 전화를 걸어오자 "A씨가 불면증 때문에 치료를 받고 있는데 잘 있다"며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A 씨와 연락이 두절된 A 씨의 가족이 그해 12월 가출신고를 했으나 당시에는 박씨의 범행 단서가 나오지 않은 데다가 박씨가 잠적해 수사에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탐문 수사를 계속하던 경찰은 지난 2월 박 씨의 모친이 장기간 실종된 사실을 파악하고 금융계좌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박씨가 모친의 재산을 모두 챙긴 뒤 기초연금까지 가로채고 있는 사실을 포착했다. 또 박씨의 모친이 7년 이상 금융거래와 전화통화 등 일상생활을 한 흔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박씨가 모친을 해코지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경남 창원시의 한 교회 근처에서 노숙하는 박씨를 붙잡아 조사한 결과 모친 살해 혐의를 자백받았다. 박씨는 검찰 조사에서 젊은 시절 공사장에서 허리를 다쳐 장애를 얻은 뒤 생활이 궁핍한데, 어머니의 병으로 치료비가 더 들 것으로 예상돼 범행했다고 자백했다.

경찰 조사에서 박씨는 A 씨 살해 혐의에 대해 처음에는 "친구 집에 간 뒤 연락이 끊겼다"고 발뺌하다가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 '명백한 거짓말'이라는 판정이 나오자 범행을 시인했다. 박씨는 범행을 저지른 지 6∼8년 만에 모두 들통나자 뒤늦게 후회하며 "빨리 사형시켜 달라"고 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유기된 A씨의 시신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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