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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대구 유일의 예술영화전용관 동성아트홀 폐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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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도종환 문체부 장관 “독립예술영화관 지원”천명

블랙리스트 탄압받았던 동성아트홀 잠정 휴관

김주성 대표 “경영난 때문” 에스엔에스로 밝혀

카톡으로 직원에 권고사직…“명칭 포기하겠다”

지역문화단체 “일방적 기습 폐관 철회” 성명서



한겨레

대구 동성아트홀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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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독립·예술영화인들과 간담회를 열어 ‘독립·예술영화와 전용 상영관 지원’을 약속한 가운데, 대구의 유일한 예술영화전용관 ‘동성아트홀’이 개관 25년만, 재개관 2년 만에 폐관 위기에 놓여 논란이 일고 있다. 동성아트홀 대표 쪽은 “경영상의 이유”로 잠정 휴관을 발표했지만, 프로그래머와 지역 예술단체들은 “일방적인 기습 폐관”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27일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대구지회,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등 20여개 대구지역 예술단체는 성명을 내어 “사전에 어떤 공론의 장도 거치지 않고 급작스럽게 폐관을 결정한 동성아트홀의 처사에 황당하고 허무하다”며 “일방적인 기습 폐관을 즉각 철회하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25일 김주성 동성아트홀 대표(광개토병원장)는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글을 올려 “오는 26일부터 동성아트홀 영화 상영을 잠정 중단·휴관한다”며 “명칭 사용을 포기하고, 향후 재개관을 해도 완전히 새로운 명칭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구에서 예술영화전용관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명칭을 양도한다”며 “정기회비 납부 회원 계좌이체를 중단조치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잠정 휴관의 이유로 ‘경영난’을 들었다. 그는 “폐관된 동성아트홀을 인수하여 재개관한 후 많은 사랑을 받았다”면서도 “예술영화관 운영은 만만치 않았다. 인수 당시보다 늘어난 인력, 보수수준, 4대 보험, 시설 유지 등 경영의 어려움을 이유로 내부 시스템 정비와 경영수지 개선을 위해 잠시 쉬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성아트홀 내부자들의 이야기는 김 대표의 주장과는 사뭇 다르다. 이 극장에서 14년을 일한 남태우 프로그래머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현재 적자가 거의 없으며 영화진흥위원회의 전용관 지원금이 들어오면 흑자가 되는 상황”이라며 “월 만 원을 내는 정기회원 560명에 부가수입 300~500만원, 대관비, 입장수익에다 영진위 지원금이 5천만원 이상이다. 상근 직원 셋 등 5명의 임금, 임대료 등을 합쳐도 큰 적자가 날 수 없는 구조”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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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성아트홀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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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직원들에게 카카오톡 등으로 권고사직을 요청한 데 이어 일방적으로 극장을 잠정 휴관한다고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 프로그래머 등은 이에 대해 “부당해고와 직장폐쇄”라고 반발하고 있다. 남 프로그래머는 “6월 초 전체 직원 5명에게 카카오톡으로 권고사직을 요구하고, 차후 공개채용을 통해 새로 직원을 뽑겠다고 통보했다. 갑작스러운 데다 일방적인 조처로, 최소한 의견수렴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이제 우리 동성아트홀 직원은 문재인 정부 문화예술계 1호 해고자가 됐다”고 한탄했다. 지역 예술단체들도 성명에서 “일방적인 휴관, 사전 공지 없는 후원 중단, 명칭 변경에 이어 직원 6명에 대한 일괄 권고사직까지 통보한 것은 반 노동적 처사”라고 주장했다.

특히, 영진위는 조만간 2017년 예술독립영화전용관 지원사업 대상을 선정할 계획이어서 잠정 휴관 상태인 동성아트홀이 자칫 지원자격조차 갖추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영진위 관계자는 “2017년 사업 예산과 대상 선정 기준 등을 문체부와 협의 중인 상태라서 아직 뭐라고 말할 수 없다”면서도 “잠정 휴관 상태에서도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면밀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탈락하는) 최악의 사태가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김 대표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했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동성아트홀은 지난 1992년 개관했으며, 지난 2004년부터 예술영화전용관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이 불편해하던 <천안함 프로젝트>, <다이빙벨> 등의 영화를 잇달아 상영하면서 지난 2014년 영진위의 ‘예술영화관 운영지원사업’에 탈락해 지원금 6천만원이 끊겨 폐관했다. 이후 2015년 김주성 대표가 인수하면서 재개관한 바 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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