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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논란요? 스포일러는 덜 되고, 관심은 늘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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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여섯번째 영화 ‘옥자’ 개봉 앞둔 봉준호 감독

“가능한 극장서 보고, 휴대폰·노트북은 피하길”

“차기작은 작은 작품…송강호 주연 ‘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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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퍼스트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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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둘러싼 외적 논란이 계속되니 좋은 점도 있어요. 스토리나 만듦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니 스포일러는 덜되고, 대신 관심은 늘고…. 하하하.”

<옥자>(29일 개봉) 개봉을 코앞에 둔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봉준호(48) 감독은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특유의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넷플릭스-극장 동시개봉’ 논란이 한달 반 이상 지속되다 보니 “개봉이 아닌 재개봉을 하는 느낌”이라고도 했다.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와, 하마와 돼지를 합쳐 놓은 듯한 동물 ‘옥자’의 우정을 그린 영화 <옥자>는 미국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가 600억원을 투자해 만든 영화로,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뒤 영화제 초청 자격 논란이 불거졌다. 이 논란은 국내로까지 번져 씨지브이(CGV) 등 멀티플렉스들이 넷플릭스와의 동시상영을 거부하는 사태로 번지기도 했다. 결국 <옥자>는 대형 멀티플렉스 3사를 제외한 전국 100여개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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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퍼스트룩 제공


“제 영화 <살인의 추억>(2003)이 170~180개 관으로 상영을 시작했어요. 지금은 그때와 견줘 스크린 수가 크게 늘었지만, 어쨌든 <옥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중에서는 가장 많은 스크린을 확보한 영화가 됐어요. 그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해요.” 봉 감독은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1993)가 단성사에서 194일 동안 상영돼 개봉관 최장 상영기록에, 서울 관객 100만명을 돌파한 사례를 들며 “<옥자>는 <서편제> 같이 상영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봉 감독은 <옥자>를 극장에 최적화된 영화로 만들고 싶어 압도적인 화소수를 지닌 카메라 알렉사 65로 촬영했고, 2.35대1 시네마스코프 화면비로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와 협업한 것은 모순된 상황이 아니냐고 물었다. “후배들이 우스갯소리로 봉준호·박찬욱·김지운은 좀 해외 가서 찍으라고들 했어요. 일반 영화 8편 정도를 찍을 수 있는 600억원이라는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감독으로서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죠. 하지만 영화를 찍으면서도 최소한 휴대전화나 노트북으로는 보지 못하게 ‘방해’(?)를 하려는 목적으로 넣은 신도 있어요. 될 수 있으면 최상의 컨디션을 갖춘 극장에서 보시되, 집에서 보시더라도 대형 티브이로 봐 주시길 당부드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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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퍼스트룩 제공


봉 감독은 평소에도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고 했다. <설국열차>의 바퀴벌레로 만든, 마치 양갱을 연상시키는 단백질 블록도, <옥자>에 나오는 대량 생산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 돼지고기도 모두 그런 고민의 산물이다. “저도 집에서 반려견을 키워요. 식탁 밑에서 개가 돌아다니는데, 식탁 위에서는 삼겹살을 구워 먹어요. 둘 다 동물인데, 우리는 둘을 명백히 구분하잖아요? <옥자>는 그 둘이 구분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불편함’에서 출발해요. 육식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먹거리를 대량생산하는 자본주의적 시스템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하는 의도였어요.”

<설국열차>를 본 뒤 양갱을 못 먹겠다는 관객들 호소가 있었던 것처럼, <옥자>를 본 뒤에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겨날 것 같다는 핀잔에 봉 감독은 이런 대답을 내놨다. “저도 영화를 찍으며 콜로라도 대량 도축장에 다녀왔는데, 그 후 몇 달 동안 고기를 못 먹었어요. 다른 공장에선 부품을 조립하는데, 거기서는 아름다운 유기체를 갈기갈기 분해하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결국 먹게 되더라고요. 기운이 달리고 몸이 원하니까. 관객들도 그러실 거예요. 다만, 대량 도축 시스템을 줄이기 위해 다 같이 고기를 좀 덜 먹게 됐으면 하는 바람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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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 퍼스트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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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에 이어 <옥자>까지 두 편 연속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한 봉 감독. 다음 작품은 작은 영화를 기획 중이라고 했다. “기차(설국열차)에 4년, 돼지(옥자)에 4년을 쏟아붓느라 사실 많이 지쳤어요. 하하하. 다음 작품은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기생충>(가제)인데, 100% 한국산 영화가 될 거예요. 올 하반기에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내년 초에 촬영할 계획인데…. 송강호 선배의 최종 출연 승낙을 기다려봐야 할 것 같네요. 하하하.”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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