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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벡스코 '언제부터 개인의 종교적 신념까지 심사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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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박창호 기자

노컷뉴스

벡스코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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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전시·컨벤션 산업의 센터인 벡스코가 5월 31일 유사 반려동물 박람회의 추가 허용을 위한 '행사장 조정 위원회 심의 과정'에 지역 업체에 대한 보호·지원책을 배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일요일에 행사를 하지 않는 지역 전시 업체 대표의 개인적인 종교적 신념까지 문제 삼았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행사장 조정위원회 심의에서 지역 업체 참가 원천 배제

벡스코는 전시장 임대 사업자이다. 또 시민 세금이 투입되는 부산시 출자기관으로서 지역의 전시·컨벤션 업체를 육성하고 지원해야 할 센터(공공재)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벡스코가 행사장 조정 위원회 심의 과정에 지역 업체에게 어떤 혜택도 주지 않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행사장 조정 위원회에 참석한 A 심의 위원은 "전국적으로 반려동물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어 유사 행사 개최 확대가 필요하다"며 "기존 반려동물 박람회를 연간 1번 개최하던 지역의 S 업체는 물론 다른 지역 업체에 대해 어떤 혜택을 줄 필요가 없다"고 발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15일 벡스코가 공고한 문제의 '반려동물 박람회 전시장 임대 공모'를 보면, 전시장 사용 규모와 실적, 행사개최 시기 등 여러 조건에서 지역 업체들이 참가할 수 없도록 원천 배제돼 있어 물의를 빚었다.

(관련기사 : CBS 노컷뉴스 17. 06.18 벡스코의 적폐 '마구잡이 유사 전시행사 늘리기로 갑질')

◇벡스코, 지역 기업인의 종교적 신념까지 심사하나

D 심의 위원은 심의에서 기존 반려동물 박람회를 연 1회 개최해온 지역의 S 업체 대표(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교단 모 교회 장로)가 종교적 이유로 일요일에 행사를 개최하지 않는 바람에 행사 참가 업체수가 줄어 매출이 축소되는데도 행사 발전에 의지가 보이지 않는 점을 유사 행사 추가 허용 이유 중의 하나로 꼽았다고 전해진다.

또 D 심사 위원은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S 업체 대표의 종교적인 부분을 인정하기 때문에 일요일에 꼭 행사를 해라는 것은 아니지만 일요일에 행사를 안 함으로써 생기는 손해(매출 감소, 유사행사 추가 허용)는 업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벡스코 직원(팀장 급)인 한 심의 위원도 평소 지역 업체에게 관람객이 많이 몰리는 일요일 행사 개최를 권유했다며 간접적으로 S 업체 대표의 종교 생활(주일 성수)이 유사 행사 추가 허용의 이유가 됐음을 간접 시사했다.

이에 대해 S 업체 관계자는 "특정 요일에 행사를 개최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전시 업체가 스스로 결정할 문제이며 전시장 임대 업자인 벡스코가 왜 간섭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10년 이상 개최해온 창업박람회는 17년 동안 항상 3일 간(목·금·토)씩 행사를 했으나 아무런 문제 제기가 없었다가 이제 와서 유독 반려동물 박람회에 대해 일요일 행사 개최 여부를 문제 삼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또 "수도권 특정 업체에게 유사 반려동물 박람회를 허용해주려고 개인의 종교적 신념까지 꼬투리를 잡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S 업체 대표의 종교적 신념에 따른 일요일에 행사 개최를 안 하는 것을 놓고 심의 위원들이 직·간접적으로 문제를 삼는 것은 지나치게 작위적인 해석으로 특정 종교에 대한 탄압 행위로 비쳐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왜냐하면 일요일에 각종 행사를 개최할 경우 평일보다 더 많은 관람객이 몰리고 매출이 늘어난다는 실증적인 데이터와 연구 입증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박람회에 참가하는 관람객에 국한하더라도 반려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일요일에 훨씬 많이 올 것이라고 볼 수 없다.

한편 S 업체는 지난 2월 10일 부산시의 '민간주관 전시회.국제회의 지원사업'에 반려동물 박람회로 지원금을 받기 위해 심사를 받던 중에 "왜 일요일에 행사를 개최하지 않느냐"는 한 심사 위원의 질문을 받았다.

결국 2013년 이후 매년 4천만 원에서 최고 6천만 원을 지원금으로 받았던 S 업체가 올해는 지원금을 받는데 실패했다.

S 업체 관계자는 "당시 심사장에 참석했던 직원의 말을 듣고 왜 그런 질문을 하나하고 무심코 넘겼지만 최근 행사장 조정위의 심사 과정에 나온 말들과 일치하면서 '일련의 특정 기업 죽이기'가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 무서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도움 받아야 할 피해 업체를 오히려 발전 가능성 없는 업체로 치부

S 업체는 지난 2013년 부산 최초로 반려동물 박람회 행사를 개최한 이후 4년 만에 끼어든 수도권 업체의 유사 행사가 한 달 간격으로 겹쳐서 열리는 바람에 참가 업체가 줄고 매출 규모가 크게 축소되는 등 피해를 당한 피해 당사자다.

그러나 심의 위원들은 유사 행사가 늘면서 나타난 지역 업체의 피해 상황은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엉뚱하게 피해 업체의 매출 규모 축소 사례를 오히려 유사 행사 늘리기 명분으로 삼는 이상한 심사 행태를 보였다.

이 때문에 공정해야 할 심사 위원들까지 지역 업체의 어려운 상황을 외면한 채 수도권 특정 기업에 유사 행사 늘려주기에 적극 동참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벡스코가 심사 위원들에게 잘못된 지역 업체 정보를 제공했다?

일부 심사 위원은 S 업체가 지난 '2012 마이스(MICE) 콘텐츠개발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부산대 대학생 2명의 아이디어를 실제 전시 상품으로 만들어 매년 개최하게 됐는데 대학생 2명이 채용한지 1년도 안돼 아이디어만 뺏고 그만두게 만든 악덕 기업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대학생 2명은 애초 1회 반려동물 박람회만 함께 일하고 그만두기로 하는 조건에서 채용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S 업체 대표의 종교적 신념과 대학생 채용에 대한 왜곡 등 잘못된 정보들이 이번 행사장 조정위 심의에서 특정 지역 업체를 고사 시키고 특정 수도권 업체에게 3번째 반려동물 박람회 개최를 추가 허용하도록 작용했을 것이라는 것이 지역 전시 업체들의 분석이다.

또 왜곡된 정보의 출처가 행사장 조정위 심사를 주도했던 벡스코 측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벡스코 측은 심의 위원 개개인의 자유로운 발언 내용을 함부로 공개할 수 없다며 5월
31일 행사장 조정위 회의록 공개를 거부했다.

S 업체가 해당 행사장 조정위 회의록 공개를 요구하는 정보공개 청구를 벡스코 측에 신청하고 나서 향후 회의록이 공개될 경우 파장이 일파만파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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