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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실리콘밸리 리포트] AI·가상현실·자율주행차에 인본주의를 입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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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기업 CEO 주요대학 졸업 연설

매일경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난 5월 25일(현지시간) 하버드대에서, 팀 쿡 애플 CEO는 6월 9일 MIT에서,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는 5월 12일 버지니아공대에서 (사진 왼쪽부터)각각 2017년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에게 금언이 될 만한 졸업 연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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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6월은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는 시기로, 대학생에게는 한 학년을 마치는 때이기도 하다. 9월에 학기를 시작하는 미국 대학에서는 졸업식을 대부분 6월(일부 대학은 5월 말)에 한다. 각 대학 졸업식의 '졸업 연설(Commencement Speech)'은 막 사회 진출을 앞두고 있는 대학 졸업생에게 평생 간직할 훌륭한 조언이 된다.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005년 스탠퍼드대학 졸업식에서 한 '늘 갈망하라, 우직하게(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연설이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된 이후 유명 대학 졸업 연설이나 멘토가 될 만한 인사 졸업 연설은 꼭 챙겨봐야 할 이벤트가 됐다. 특히 실리콘밸리 CEO들은 회사 영향력이 커지면서 대학 졸업 연설 섭외 1순위가 됐는데 올해도 팀 쿡 애플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 등이 연사로 나서 명언을 쏟아냈다.

실리콘밸리 기업 CEO의 2017년 주요 대학 졸업 연설 특징은 '인간 중심 기술'이라는 주제를 핵심 메시지로 다뤘다는 것이다. 즉 인공지능, 가상현실, 자율주행차 등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인간을 중심에 두지 않는다면 부작용으로 인해 기술이 더 이상 제 역할을 못할 것이란 주장이다. 그리고 이공계 대학 졸업생들에게 '사회적 책임감'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쿡 애플 CEO가 MIT에서 한 연설이 대표적이다. 그는 "기술은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측면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대부분 좋은 쪽으로 쓰이지만 부작용이나 역효과가 나타날 경우 그 피해는 훨씬 크고 방대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티브 잡스가 말했던 것처럼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 가슴을 뛰게 만드는 인문학을 비롯해 다양한 교양 과목과 결합한 기술이 필요하다"며 "만약 당신이 하는 모든 일의 중심에 사람을 놓고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한다면 그 일은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쿡 CEO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의 진정한 위기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사람'에서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나는 인공지능을 장착한 컴퓨터가 인간처럼 사고하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에 대해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며 "그보다 인간이 컴퓨터처럼 사고하는 상황, 즉 가치나 연민과 같은 감정을 배제하고 결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생각하고 행동하는 상황이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쿡 CEO는 "(페이스북) '좋아요'를 통해 나타나는 인기가 여러분 삶을 평가하는 잣대가 돼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여기는지 신경 쓰지 않으면서부터 내 인생은 훨씬 더 원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됐다. 여러분도 그렇게 해보면 똑같은 경험을 할 것이다. 정말 중요한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박수갈채를 받았다.

매일경제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하버드대에서 연설했다. 역대 하버드대 졸업 연설자 중 최연소 기록이다. 하버드대를 중퇴한 저커버그는 졸업 연설에서 하버드대 명예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실제 졸업장을 받기도 했다. 저커버그 연설은 같은 세대가 동년배 친구 후배들에게 해주는 연설, '친구가 친구에게' 해준 메시지라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목적(Purpose)'을 강조한 저커버그는 밀레니얼 세대가 가져야 할 '도전의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밀레니얼 세대인 우리는 직관적으로 목적을 찾지만 단지 목적을 찾는 것에만 그치면 안 된다. 모든 사람이 목적을 갖는 세상을 만드는 게 우리 세대 도전 과제"라며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 세대는 새로운 직업을 창조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목적 의식을 창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커버그 CEO는 밀레니얼 세대가 해결해야 할 새로운 목적 의식으로 기후변화, 이민자 문제, 일자리, 기본 소득, 인종 차별 등 정치적 이슈를 언급했다.

페이스북 COO인 셰릴 샌드버그는 버지니아공대를 찾아 졸업 연설을 했다. 그는 최근 '플랜B'라는 책을 냈는데, 여기서 2년 전 남편과 사별하면서 감당해야 했던 슬픔, 아픔을 극복하고 자녀들을 바른길로 안내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을 보여줬다. 그는 버지니아공대를 찾은 이유로 10년 전 조승희 총기 난사사건이 벌어진 곳이라는 점을 들었다. 당시 32명의 무고한 학생이 목숨을 잃었고 희생자 가족은 물론 친구 등도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샌드버그도 '집단 탄력성'을 언급했다. 그는 "우리는 자신에게 탄력성을 구축할 수 있다.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탄력성이 근육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탄력성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집단 탄력성(Collective resilience)을,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힘의 공동체로서 함께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 세상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회장은 애리조나주립대 졸업 연설에서 "스스로를 믿어라"고 화두를 던졌다. 그는 "그대들(졸업생)은 역사상 가장 잘 준비된 세대"라며 "각각 기업가 정신, 열정, 미래를 창조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있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면 안 된다. 교실에서 배운 것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 연민, 호기심,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 그리고 헌신이 당신을 안내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슐츠 전 회장은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노하우를 전수했다. 그는 "당신이 받는 것보다 다른 사람에게 더 많이 줘야 한다. 그러면 당신에게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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