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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경제의 눈]디지털 보부상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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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한진현 ㈜한국무역정보통신 대표이사


지난해 열린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에서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세계 전자무역 플랫폼’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마 회장은 “누구나 쉽게 글로벌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하여 모든 사람이 무역에 종사하고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 시대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글로벌 무역이 이제 대기업이나 전문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오픈 플랫폼을 이용해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개인 수출사업자인 ‘디지털 보부상(Micro Globals)’에 의한 ‘열린 무역시대’가 펼쳐지는 셈이다. 디지털 보부상은 ‘자가 고용’의 대표적 형태다. 공공부문은 이들이 필요로 하는 수출입 통관 간소화 등 제도적 장벽을 제거해 주거나 이들의 활동을 도와줄 중소 제조업체에 대한 지원만으로도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국가인 중국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1억 명의 ‘촹커(創客)’를 육성 중이며 인구 720만 명에 불과한 홍콩도 전 인구의 2%에 해당하는 15만 명이 글로벌 무역에 종사하고 있다. 또 그 수와 교역규모는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하고 있다. 반면 디지털 강국이라는 한국의 전자상거래 무역은 전체 시장의 0.3%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 글로벌 무역 종사자도 전체 인구의 0.2%에 불과하다.

지금도 창업교육, 멘토링, 자금 지원 등 정부나 각종 단체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많지만 문제는 창업 이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넘지 못한다는 점이다. 초기 자금 지원이나 교육에만 머물지 말고 ‘1인 기업→법인→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성장 사다리를 만들고 체계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 1인 사업자, 수출기업, 물류업체, 정부 관련 부처 등을 한데 묶는 ‘전자상거래 통합무역 플랫폼’을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이 플랫폼에서는 모든 이해 당사자가 자유롭게 참여하고, 플랫폼에서 서로를 상대로 자신의 사업을 벌이도록 해야 한다. 수출기업과 공급업체를 연결해주고 물류업체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영업 및 서비스 창구로 활용할 수도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전자상거래 스타트업을 위한 ‘디지털 무역 지원센터’를 만들 필요가 있다. ICT 기업이 밀집해 있는 지역인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디지털 보부상들을 위한 사무 회의 물품보관 관련 공간을 제공하고 기술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장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여기에 수출절차 지원이나 교육, 창업 및 운영자금 지원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면 스마트공장이나 1인 공장과 연계해 주문형(on-demand) 제조가 바로 수출로 이어지는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세계 8대 무역강국인 동시에 세계가 부러워하는 ICT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또 우수한 능력을 갖춘 인적자원도 풍부한 편이어서 전자상거래 무역 확대를 통해 일자리 창출, 내수 성장, 기업의 투자 확대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경제구조를 실현하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이런 모든 작업을 선도적으로 이끌어나갈 디지털 보부상을 육성하고 활용한다면 선순환 경제구조의 달성이 결코 꿈으로만 남지는 않을 것이라 믿어 본다.

한진현 ㈜한국무역정보통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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