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구글·페북의 ‘빅데이터 독점’ 겨누는 김상조의 공정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국민 세금으로 통신망 깔았는데

AI 등 좌우할 빅데이터 싹쓸이

후발주자 시장 진입 저해 우려

일본 등 외국도 가이드라인 추진

“자국기업 보호용 시비 없게 해야”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상조(사진) 공정거래위원장이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대기업의 빅데이터 수집·활용 과정에서 독점 논란이 없는지 들여다보겠다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25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래 산업, 특히 빅데이터 연관 산업은 ‘네트워크 효과’로 선발주자가 독점적 지배력을 확보하기 쉽다”며 “IT 대기업들의 빅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문제는 없는지, 이를 활용한 산업에서 후발주자의 시장 진입을 저해하지는 않는지 면밀히 검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글로벌 IT산업의 지형 변화와 무관치 않다. 최근 2, 3년 사이 구글·아마존·애플 등 미국 IT 공룡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AI 산업은 아직 초기 시장이지만 향후 스마트폰·가전 등 하드웨어는 물론 자율주행차량과 사물인터넷(IoT) 시장 전반을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란 게 IT 업계의 전망이다. 문제는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한번 빅데이터 관련 시장을 놓치면 후발주자에겐 좀처럼 이를 만회할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네트워크 효과란 서비스 이용자가 많을수록 서비스 질이 좋아지고, 그래서 이용자가 다시 늘어나는 효과를 말한다.

구글처럼 빅데이터 관련 투자를 장기간 해 온 글로벌 기업이 세계 패권은 물론 국내 시장까지 장악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 위원장 역시 이런 우려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특정 기업명을 거론하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도 “혁신을 주도한 기업이 시장 초기 단계에서 초과 이윤을 누릴 순 있겠지만 그 이윤이 영구적으로 지속된다면 시장의 동태성을 진단해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민 세금으로 구축한 이동통신망을 아무 비용도 내지 않고 이용해 정보를 싹쓸이하는 행태를 어떻게 이해할지에 대해서도 연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빅데이터를 보유한 걸로 알려진 구글은 공정위의 집중 조사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구글은 이미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에 자사의 기본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아 다른 앱의 진출을 막았다는 ‘앱 선탑재’ 혐의와 ▶모바일 앱 유통계약을 통해 삼성의 OS 개발을 방해한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다.

법조계는 공정위의 빅데이터 관련 조사가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한다. 이준길 법무법인 지평 고문은 “자칫 규제를 강화하다간 우리만 IT 시장에서 고립될 수도 있고 그렇다고 시장을 마냥 내버려 뒀다간 국내 AI산업이 뿌리를 내릴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며 “창의적 경쟁을 촉진시키면서도 국내외 기업이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묘수를 짜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의 경쟁 당국인 공정취인위원회(公正取引委員會)는 최근 빅데이터 공정 경쟁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일의 경쟁 당국이 최근 페이스북을 개인정보 침해 혐의로 제재하고 나섰고 미국의 경쟁 당국이 관련 콘퍼런스를 대대적으로 여는 등 빅데이터는 주요국 경쟁 당국의 핵심 이슈”라고 전했다.

이런 공정위의 대응이 자칫 “한국 IT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꼼수”라는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것도 공정위의 숙제다. 김 위원장은 “미래 산업에서 공정한 경쟁 기반을 구축하려는 목적이지 특정 기업을 끌어내리거나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사는 아니다”며 “국제 통상 분쟁이 발생할 여지는 없는지를 고려하되 국내법과 체계 안에서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SNS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포스트]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