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조사는 반대말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고 문화적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니 국어공부는 밑줄 치고 외우는 게 아니라 깊이 생각하는 연습을 더불어 하는 게 옳다. 아버지의 반대말은 어머니인지 아들인지 아니면 딸인지? 땅의 반대는 하늘인가 바다인가? 살펴보면 대칭의 짝이 모두 반대말이 되는 것도 아니다.
좀 더 사회적인 주제를 골라 보자. ‘남자’의 반대는 ‘여자’일까? 혹시 생각을 비틀어서 ‘남자’와 ‘여자’를 비슷한말로 보면 안 될까? 또 더 나아가 ‘남자’와 ‘수컷’을 비슷한말이 아닌 반대말로 보면 안 될까?
사실 남자와 여자는 신체의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같다. 그런데 우리 습관에는 서로 반대인 것 같다. 또 남자와 수컷은 성격의 몇 군데를 빼놓고는 같은 점이 별로 없다. 그런데 보통 비슷한 것처럼 생각된다. 결국 반대말이냐 비슷한말이냐 하는 것은 실체가 아닌 문화적 관념의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늘 다듬어 써야 한다.
최근에 저서에서 특히 남녀 관계의 표현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된 몇몇 유명인사들의 글에서는 반짝이는 재치와 도발 정신이 돋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질타를 받은 것은 세상이 그들을 곡해하는 면보다는 그들이 변화한 언어적 감수성을 담아내지 못한 면이 많은 것 같다. 말은 늘 새로운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 맞추어 벼려서 써야 한다. 그것이 평생 해야 할 국어공부이다.
김하수/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전 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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