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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쉽지 않네…첫발 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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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다음달 초에야 조직구성 윤곽 나올듯

예술인, 문체부 감사결과 비판하며

타분야 연대 범정부기구 설치 요구

문체부 “가능성 열어놓고 논의하겠다”



한겨레

적폐청산과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문화예술대책위원회 참여 문화예술인들이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은 뺀 채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에 그친 감사원의 ‘블랙리스트 감사'를 비판하며 대통령 직속 ‘블랙리스트 진상규명위원회' 설치 등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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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발은 뗐지만 갈 길이 멀다.

박근혜 정부 때 문화체육관광부와 산하기관에서 벌인 블랙리스트 공작의 진상을 규명하고자 지난 19일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겠다고 밝히면서 준비작업이 시작됐다. 그러나 진상조사위의 앞길엔 위원회 구성과 활동 영역, 부역자 판정 기준 등을 놓고 상당한 난관과 진통이 예상된다.

당장 꾸려야 할 조직 구성부터 쉽지 않다. 도 장관은 진상조사위에 문화예술계 인사들도 함께 참여한다는 원칙을 이미 공표했다.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창비 사옥에서 출판산업 관계자들과 현안을 논의하는 간담회에선 “인생을 쏟아붓고 심혈을 기울여 만든 책에 대해서 정부가 된다 안 된다 판단하는 것은 직권남용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헌법 위반으로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면서 출판계에서도 진상조사위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누가 조사 주체로 들어갈지는 문화예술계와 구체적인 협의를 거쳐야 한다.

현재로서는 그동안 블랙리스트 진상 파악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광화문 촛불광장 등에서 목소리를 높인 ‘블랙리스트 타파와 공공성 확립을 위한 연극인회의’(이하 블랙타파)와 한국작가회의, 문화연대 등에 소속된 현장 문화예술인들이 상당수 참여할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해 블랙타파를 비롯한 문화예술단체들은 최근 ‘적폐청산과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문화예술대책위원회’(가칭 대책위)를 꾸리고 다음달 3일 대토론회를 열어 진상조사위 구성 절차, 조사권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예술인들의 조사위 참여 여부 등은 토론회 이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말부터 위원회 구성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던 문체부의 애초 일정이 사실상 미뤄지게 된 셈이다.

앞서 대책위는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법조, 교육 등 다른 분야 블랙리스트 의혹까지 아우르는 대통령 산하 범정부기구인 ‘블랙리스트 표현의 자유 헌법 유린 진상규명위원회’(가칭) 설치를 주장하고 나선 상황이다. 문체부 쪽은 블랙리스트 사태를 낳은 책임부처인 만큼 자체 조사위뿐 아니라 범정부 차원의 조사기구까지도 논의 대상으로 열어놓고 적극 대화하겠다는 태도다. 문화예술인들이 지난 13일 감사원이 발표한 문체부 기관운영 감사결과에 반발하고 있는 분위기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 고위 관계자는 “예술인들과 협의에 따라 대통령 직속 조사기구로 갈 가능성도 생각하고 있지만 장단점이 있다”고 했다. “조사권 등에서 좀더 큰 힘을 낼 수 있지만, 법적 근거를 신설해야 하고 이 경우 국회에서 여야간에 법안 통과를 위한 정치적 조율을 해야 하므로 기구 구성까지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비교적 신속하게 조사를 진행할 수 있는 자체 진상조사위 안과 범정부기구 구성 안을 놓고 문화예술계에서 어떻게 현실적으로 판단을 내리느냐가 관건이라는 이야기다.

조사 내용은 감사원 감사 내용을 바탕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이지만, 감사원이 밝힌 문체부, 예술위 등의 부역자 징계수위에 대한 예술계 반발이 큰 것이 변수다. 예술인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조사위 활동이 진행될 경우, 감사 결과를 뛰어넘어 조사 범위가 대폭 확대되고, 부역자의 범위나 책임 수위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문체부 안팎의 관측이다.

노형석 김지훈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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