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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지리산 적응 힘들어 김천까지 갔나…반달가슴곰 복원 ‘방사 지역 적절성 논란’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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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14일 오전 7시, 경북 김천시에 위치한 수도산 중턱. 산책로를 내기 위해 공사를 벌이던 업체의 직원 한 명이 숲속을 들여다보다 흠칫 놀랐다. 간식으로 먹기 위해 숲 한쪽에 놓아둔 초코파이 한 상자와 팩음료를 가슴에 하얀 무늬가 그려진 곰이 뜯어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소리치자 곰은 숲속으로 사라졌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이 곰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포획했고 발견한 지 일주일째인 21일 반달가슴곰 복원을 위해 정부가 지리산에 방사했던 개체로 확인됐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이날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포획한 반달가슴곰은 지리산국립공원에서 이동한 수컷 반달가슴곰”이라며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 기술원의 ‘문수리 자연적응훈련장’에서 2015년 1월 출생해 그해 10월 지리산에 방사했던 곰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생후 2년5개월생으로, 인간으로 치면 ‘청소년’에 해당하는 이 반달가슴곰은 지리산에서 무려 80㎞가량 이동했다. 환경부는 “지리산국립공원부터 백두대간을 따라 광주~대구고속도로, 대전~통영고속도로를 통과하고 덕유산국립공원 등을 거쳐 김천 수도산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

반달가슴곰이 지리산 밖으로 이동한 것은 이번 말고도 세 차례 더 있었다. 2009년에는 경남 함양(15㎞ 거리), 지난해와 올해는 전남 구례(7㎞)로 이동했다.

정부는 이날 ‘지리산 반달가슴곰, 백두대간 개척하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백두대간 생태축 복원사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야생동물 이동을 위해 조성된 ‘교량화 고속도로’ ‘생태통로’가 잘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자화자찬’식 홍보에 환경단체는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리산에서의 반달가슴곰 복원사업 적절성에 대한 성찰은 쏙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녹색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는 2002년 국내에 종복원에 대한 제대로 된 전문가도 없던 시절에 지리산이 반달가슴곰 서식지로 부적절하다는 환경단체 의견을 무시하고 정밀한 검토 없이 사업을 밀어붙였고 이후 사고가 빈번했다”면서 “2005년에는 지리산권역은 서식지 파편화로 인해 대형 포유류 이동 면적 확보가 적절치 않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온 바 있다”고 밝혔다.

녹색연합은 또 “정부 주장대로 이 곰이 생태 이동통로를 따라 이동했다면 육십령, 사치재 등에 설치돼 있는 무인카메라 영상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곰이 간식을 먹는 등 야생곰이 아닌 사육곰과 유사한 습성을 보인 것에 대해서도 환경부는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또 다른 환경단체인 ‘생명의 숲’ 역시 “지리산국립공원 서식 환경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지리산에 반달가슴곰을 방사해 복원사업을 추진한 것은 2004년부터이며 38마리를 방사했으나 12마리는 죽었고 7마리는 부적응으로 훈련장으로 다시 데려왔다. 나머지 반달가슴곰 19마리 중 일부가 새끼를 낳아 46마리(김천에서 발견된 곰 제외)가 지리산에 있으며 이 중 발신기로 추적 가능한 개체는 19마리다. 김천에서 발견된 반달가슴곰은 훈련장으로 옮겨진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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