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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기자수첩] 국회의원들이 풀지 못할 씨티은행 지점폐쇄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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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부자고객만 상대하고 돈 없는 서민고객은 배제하겠다는 고객차별 전략이 시중은행으로서의 건전하고 타당한 사업계획이라고 할 수 없다.”(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시중은행이 대부분 점포를 폐쇄하는 것은 초유의 사태다. 국가 근간사업인 금융 산업을 뒤흔드는 시도를 금융당국이 그대로 두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

영업점의 대규모 폐쇄를 놓고 노사갈등을 겪는 한국씨티은행을 두고 여당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은행 경영진들에 대한 압박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박진회 씨티은행장이 국회로 불려가 의원들에게 입장을 설명해야 했고 일부 의원들은 씨티은행 경영진의 조치가 금융산업과 금융소비자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히는 조치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한국씨티은행의 속을 들여다보면 점포 감축에 대한 비판은 쉽지 않다. 대표 수익성 지표 중 하나인 자기자본이익률(ROE)는 2010년 6.01%에서 지난해 3.29%로 급락했고 총자산이익률(ROA)도 같은 기간 0.53%에서 0.38%로 떨어졌다. 자산과 자본에 비해 수익이 잘 나지 않는 은행이 바로 한국씨티의 현주소다. 여기에는 신한, KB, 하나, 우리은행 등 주요 은행들의 강력한 영업력에 뒤처져 소매금융의 위치가 흔들린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씨티가 전통적으로 강했던 자산관리(WM)부문의 경쟁력도 신한금융, KB금융 등 금융지주회사들이 복합점포를 앞세우며 강화해 점점 입지가 줄고 있다. 한국씨티는 기업금융 부문만이 아직도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지만 이런 경쟁력도 언제까지 이어질 지는 알 수 없다. 글로벌그룹 씨티가 아시아에 진출한 국가 중 최저의 수익성을 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표면적으론 95% 이상 고객이 사용하는 모바일 금융시장에 발을 맞추겠다는 의지를 보이지만, 수익성과 경쟁력 측면에서 제대로 된 위치를 찾지 못하는 고민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게 이번 조치다. 그리고 이 결정은 한국씨티의 최고경영자의 결정인 동시에 전세계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바라보는 글로벌 씨티의 전략이기도 하다. 같은 자본과 자산을 투입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다른 국가가 있을 경우 글로벌 기업인 씨티가 한국시장을 고집해야 할 이유는 없기에 그렇다. 박진회 행장은 “여러분이 경영자라면 어떤 판단을 할 것인가”라고 기자간담회에서 물었다.

노동조합이 지점 폐쇄로 노동자들의 권리가 축소되거나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사측과 조율을 하고 있는 것은 노조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다. 하루빨리 노사가 합의와 조율의 과정을 거쳐 한국씨티의 나아갈 방향을 정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생사 기로의 길목에 와 있는 한국씨티은행의 직원들에게 듣기 좋고 설익은 훈수만을 두는 국회의원들의 행태는 볼썽사납다. 글로벌 씨티가 한국금융시장을 포기해야만 한다는 결정을 내린다면 수 천명의 근로자들이 더 많은 피해를 보게 되기에 더욱 그렇다. 정치권은 민간기업의 경영에 간여하지 말라.

정해용 금융증권부 기자(jh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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