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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캠핑축제·팬 사인회… 골프장에 사람을 모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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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12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강원도 원주에 있는 오크밸리의 18홀 골프장 페어웨이에는 3000개의 텐트가 쳐진다. 오크밸리가 국내 최초로 골프장에 마련한 캠핑 축제이다. 지난해 첫 행사에서는 6000여 명의 캠핑족이 몰렸는데, 올해는 지난 14일 티켓 600장 판매에 50분 만에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주로 산이나 돌바닥에 텐트를 쳐온 캠핑족들이 "내 평생 골프장 캠핑은 처음"이라며 몰려든 것이다. 가격은 작년의 2배 수준으로 올랐는데도(2박3일 5만원→카드할인가 9만6000원), 캠핑 마니아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한적하고 조용한 리조트였던 오크밸리가 최근 시끌벅적한 '축제의 리조트'로 바뀌고 있다.



조선비즈

지난 19일 서울 을지로 한솔개발 사무실에서 만난 전유택 한솔개발 대표가 조용한 리조트였던 오크밸리가 ‘축제의 리조트’로 변모한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변화를 주도한 주인공은 전유택(51) 한솔개발 대표다. 1988년 한솔제지(당시 전주제지)에 입사한 뒤 2013년 한솔개발 상무에서 2015년 대표로 취임한 그는 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오크밸리를 7년 만에 흑자로 이끌었다. 지난해 매출액 1292억원, 영업이익 44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 26% 늘었고, 당기순익은 29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전 대표는 "손님이 늘면서 부대 매출이 늘어난 데다, 지난해 '평생 회원권'을 200억원어치 판매한 덕분에 순이익이 늘었다"고 말했다. 리조트 업체가 '평생 회원권'을 판매하기란 쉽지 않지만 오크밸리의 변화를 지켜본 고객들은 평생 소유를 택했다.

"대표가 된 뒤 매일 매일 매출 숫자를 들여다봤어요. 숙박·골프·스키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더군요. 새로운 '콘텐츠'가 절실했습니다."

작년 9월 오크밸리는 이탈리아에서 유래된 '그란폰도'라는 자전거 마라톤 대회를 열었는데, 3000여 명이 몰렸다. 또 올 1월에 열린 '초통령'(초등학생들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게임 방송인 '양띵'의 팬사인회 때는 차량이 리조트 입구부터 5㎞ 이상 줄을 서면서 창사 이래 최대 일일 방문객(1만여명)이 몰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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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 골프장에서 열린 캠핑 축제 모습. 작년에 이어 올해 2회째 열리는 이 축제는 티켓 600장이 50분 만에 매진됐다. /오크밸리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은 전 대표에게 "오크밸리에 해마다 200만명이 오는데, 400만명을 오게 한다면 성장의 길이 있을 것"이라며 독려했다. 그는 사람을 끌어모을 수 있는 '킬러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직원들의 해외 출장을 독려했고, 본인도 일본 '후지락 페스티벌'과 싱가포르 '센토사 축제' 등을 다니면서 유명 축제를 벤치마킹했다.

"'업(業)의 개념'을 바꾸고 싶었어요. 콘도가 단순 '숙박업'이 아니라, 방문객들과 여러 기업을 만나게 해주는 '플랫폼' 사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플랫폼 사업을 IT 기업만 하라는 법이 있나요?"

훌륭한 콘텐츠만 있다면 고객들이 모일 것이고, 다양한 소매 기업들을 후원사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덕분에 오크밸리의 지난해 방문객은 213만명으로 2015년(189만명)에 비해 24만명이 늘었다. 올해는 23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 대표는 올해 말까지 매달 1개 이상의 대형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캐릭터 뮤지컬(8월)' '자전거 대회(9월)' '게임 대전(10월)' 등이 예정돼 있다. 테슬라에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제안해 성사시킨 것도 '플랫폼' 사업의 일환이다. '전기차'를 모는 고소득층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발상이다. 지난 4년간 500억원을 들여 객실 리모델링, 골프 코스 재정비 등 시설에 투자한 것도 고객이 늘어난 배경이다. 또 회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직원들이 직접 담근 김장 김치, 각종 나물 반찬 등을 포장해 직접 객실에 온 회원들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전 대표는 "해외 리조트와 제휴 등을 통해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국내 리조트 사업에도 '희망'이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류정 기자(wel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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