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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특목·자사고, SKY 입학생 36.8% 차지…고교 서열화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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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분석자료 발표

특목·자사고, 학생선발 유리한 권한

“전기고 진학 못한 학생 심리적 고통”

고교 선발시기 합치고 추첨제 해야



“1학년 수업에 들어가면 학생들이 소금에 절여진 파 같아요. 본인이 원하는 특목고에 가지 못한 좌절도 있고, 자신이 ‘잘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요. 교육여건이 좋은 동네인데도 그래요.” 서울 서초구의 한 일반고 교사 최아무개씨는 최근 수업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외국어고와 자율형사립고를 일반고로 전환하자는 제안은 이런 비정상적 학교 현실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보수와 진보 후보를 막론하고 공약으로 채택하면서 외고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새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법령 개정 이전에 입학전형부터 다듬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재학교, 특목고, 자율형사립고 차례로 학생 선발권을 주고 일반고는 맨 마지막에 학생을 뽑게 하는 현재의 전·후기 선발제도를 통폐합하고 선발방법도 추첨제로 전환해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자는 것이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불공정한 고입 전형과 고교서열화 실태,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20일 분석 자료를 내고 “특목고와 자사고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시작돼 아이들을 과도한 사교육과 선행학습으로 내몬다”며 “고입 선발시기와 선발방법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학생 선발에 있어 유리한 권한을 가진 외고와 자사고가 일반고보다 우월한 것처럼 돼 있어 전반적 고교체제가 급속도로 수직 서열화됐다”고 진단했다.

현재 고입전형은 학교 유형별로 서열화돼 있다. 중3 학생들은 4월이 되면 영재학교 입시를 시작으로 11월에는 전기고 원서접수를 하고 이 결과를 토대로 12월에 후기고에 원서를 접수한다. 과학고나 외국어고, 예술고, 체육고 같은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는 전기고로 분류돼 먼저 학생을 뽑고, 이후 후기고 중에서도 전국단위자율학교와 과학중점학교가 학생을 뽑는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났을 때 마지막으로 일반고(자율형공립고 포함)가 이듬해 2월 학생을 배당받는 구조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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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고와 후기고는 선발방법도 다르다. 영재학교, 특목고, 자사고는 지원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나 내신 성적, 자기소개서 등 서류 전반을 활용하고 면접도 실시해 학교가 원하는 학생을 선발한다. 반면, 평준화 지역의 일반고는 시스템을 통해 교육청이 학교를 배정하는 방식이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부소장은 “한 학기 내내 진행되는 전기고와 후기고 입시전형 과정에서 전기고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은 자신을 ‘실패한 사람’이라고 여기고 불필요한 심리적 고통을 겪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고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전체 고교생의 다수인 70%가량을 차지한다.

진학 결과도 차이가 난다. 2016년 교육기본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2353개의 고교 중 영재고, 과학고, 외고, 자사고 등 우선선발권을 가진 유형의 고교(특성화고 제외)는 112개(4.8%)다. 반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2016년 고려대·서울대·연세대 입학생 1만1812명의 출신고 유형을 분석한 결과, 과학고 230명(1.9%), 외고·국제고 1546명(13.1%), 영재학교 300명(2.5%), 자율고 2272명(19.2%, 자율형공립고 포함)으로 전체의 총 36.8%를 차지했다. 일반고는 5940명으로 50.3%였다. 대학 서열화에 이어 고교 서열화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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