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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학교 100곳에 ‘작은 소녀상’, 10대 소녀들이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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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화여고 역사동아리 ‘주먹도끼’

위안부합의 뒤 “소녀상 세우자”

전국 학교에 편지·SNS 호소

자발적 모금 등 동참 이어져

19일 목표치인 100곳 확정

“희망학교 많아 운동 이어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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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설마설마했다. ‘100개가 안 채워지면 어쩌지?’ 겁먹은 친구들은 서로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100이라는 숫자는 그냥 상징적인 거잖아. 이루지 못한다고 해서 실패한 건 아닐 거야.’ 그렇게 시작한 ‘우리학교 작은 소녀상 건립운동’은 조금씩 입소문을 타더니, 지난 19일 100번째 학교가 동참하면서 목표를 달성했다. “1학년 때 동아리 언니들이랑 계획을 처음 구상할 때는 꿈 같았는데, ‘100’을 채웠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서울 중구 이화여고 역사동아리 ‘주먹도끼’ 김로권(18) 회장의 미소에 뿌듯함이 배어났다.

‘소녀상 세대’ 여고생들이 일냈다. 주먹도끼의 우리학교 작은 소녀상 건립운동이 프로젝트 시작 1년 남짓 만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전국 고등학교 96곳과 중학교 3곳, 초등학교 1곳이 ‘작은 소녀상’을 교내에 설치하기로 했다. 벌써 61곳에 소녀상이 세워졌고, 39곳은 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15년 말 이뤄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한-일 합의가 시작이었다. ‘뭐라도 하자’고 의기투합한 주먹도끼 회원들은 학교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도록 ‘작은 소녀상’을 세우자”고 제안했다. 지난해 5월엔 먼저 서울·경기 지역 고교 900곳에 직접 편지를 보내 동참을 호소했다. “‘우리학교 소녀상’을 건립하는 고등학교가 되어주세요. 작은 소녀상은 할머니와 손잡는 우리의 다짐입니다.” 나아가 전국 100개 학교에, 소녀상 100개를 세우자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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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중구 이화여자고등학교 독서실에 세워진 ‘작은 소녀상’ 뒤로 이화여고 역사동아리 ‘주먹도끼’ 부원들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주먹도끼 부원 손동희, 회장 김로권, 부회장 서가영, 부원 현수빈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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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대한민국 고등학생 소녀상’ 페이지도 만들었다. 이윽고 전국 곳곳에서 동참 소식이 들려왔다. 학생들이 모금한 소녀상 제작비용 50만원을 보내오면, 주먹도끼가 ‘평화의 소녀상’ 제작자인 김서경·김운성 작가에게 보냈고, 작가들이 가로세로 30㎝ 크기의 작은 소녀상을 학교로 보냈다.

주먹도끼는 지난 2월부터 두 달간 스토리펀딩(포털사이트 다음)도 진행했다. 여기서 모인 1500여만원 중 일부로 모금에 어려움을 겪은 경북 울릉군 울릉고와 유일한 초등학교인 경기 용인시 두창초를 지원했다. 서가영(18) 부회장은 “할머니들이 우리와 비슷한 나이에 고초를 겪으셔서 더 관심을 갖는 것 같다”며 “희망하는 학교가 많아 앞으로도 건립운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1999년 만들어진 ‘주먹도끼’는 인류 최초의 도구인 주먹도끼로 세상의 잘못된 것들을 깨고 바로잡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글·사진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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