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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백남기 유족, '외인사' 사망진단서 재발급 "이철성 '원격사과'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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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고 백남기 농민 딸 백도라지씨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시계탑앞에서 ‘백남기투쟁본부’ 사망진단서 발급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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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백남기씨 유가족이 이철성 경찰청장의 ‘원격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

유가족과 백남기투쟁본부(투쟁본부)는 20일 오전 서울 대학로 서울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씨 사망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백씨 장녀 백도라지씨는 이철성 경찰청장이 지난 16일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한 사과에 대해 “사과 받을 사람은 알지도 못하는데 사과하는 사람이 어디있는지 모르겠다”며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분명히 짚고 제대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 청장이 전남 보성의 백씨 자택을 찾아 사과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해서 “그렇게 일방적으로 사과하겠다고 들이미는 것이 어처구니없다”며 “정 오려거든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함께 오라”고 주장했다.

박석운 투쟁본부 공동대표는 “경찰은 살인한 것에 대해 응당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을 해야하는데 1년7개월이되도록 책임자는 처벌되지 않은 채 승진과 영전을 거듭했다”며 “물대포 살인을 한 뒤 진상을 은폐, 조작하고자 한 공작에 대해서도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사망종류가 ‘병사’에서 ‘외인사’로 정정된 고 백남기씨의 사망진단서를 서울대병원에서 다시 발급받았다. 사망진단서 발급 전 김연수 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과 유가족이 면담하는 자리에는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이 갑자기 나타나 사과하겠다는 의사를 내보여 당혹스러웠다고 유가족은 밝혔다.

경향신문

서울대병원측이 경찰 물대포에 맞아 사망한 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지난 15일 변경한 가운데, 고인의 딸 백도라지씨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에서 변경된 사인이 기록된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았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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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라지씨는 서울대병원의 ‘외인사’ 수정에 대해 “사건 해결을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숙제가 하나씩 풀려서 안심이 되고 있다”며 “지켜봐주시고 자기 일처럼 마음 아파해 주신 시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백씨는 “6월 중순이 다 지가나는 시점에 아직도 살인범들에 대한 기소가 안 되고 있다”며 “사인이 정정된 마당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살인범 기소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투쟁본부는 “이제 겨우 누가 봐도 분명했던 고인의 사인이 ‘물대포에 의한 외인사’로 공식화됐다”며 “향후 이 진단서에 근거한, 고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국가 폭력과 사인 조작 시도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정영찬 투쟁본부 공동대표는 서 원장과 백씨 주치의로 당초 사망진단서에 병사 기재를 지시했던 백선하 교수를 향해 “유족들이 백 농민을 보낸지가 오래됐지만 아직까지 사망신고조차 못하고 있고, 그로 인해 검찰과 경찰이 시신을 탈취해 죽음을 병사로 뒤집어씌우려 한 것도 바로 그 진단서 때문”이라며 “두 사람은 왜 진단서에 (사망의 종류를) ‘병사’라고 했는지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투쟁본부는 또 검찰을 향해 신속한 수사로 책임자들을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투쟁본부는 “검찰 당국은 유족들의 고발 조치에도 불구하고, 3심이 끝나고도 남을 기간인 1년8개월이 지나도록 아무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국은 당시 강제 부검을 강행하려 한 검찰 측 책임자를 징계하고, 신속히 수사를 마무리해 강신명, 구은수 등 당시 경찰 고위 책임자들을 비롯한 당시 진압경찰관들을 기소,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5일 서울대병원은 백씨의 사망진단서 상 사망의 종류를 ‘병사’에서 ‘외인사’로 정정했다고 밝혔다. 바로 다음날인 16일에는 이철성 경찰청장이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고 백남기 농민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함께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고 백남기씨는 2015년 11월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석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다. 이후 서울대병원에서 317일간 연명치료를 받다 지난해 9월25일 결국 세상을 떠났다.

<최미랑 기자 r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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