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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별일 아닌데도 '욱'하는 나…혹시 분노조절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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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교감신경 조절 안 되면 흥분상태서 범죄 저지를 수도

화날 때 '소리 내서 울기' 등으로 스스로 다스리는 습관 들어야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최근 경남 양산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진 밧줄 절단 추락 사건에 이어 충북 청주에서 인터넷 수리기사 살해 사건까지 이어지면서 분노조절장애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애꿎은 사람의 목숨까지 빼앗아 가는 분노조절장애는 '습관 및 충동 장애'로 구분되는데 매년 환자가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분노조절장애 환자는 2012년 4천937명에서 2016년 5천920명으로 최근 4년 사이 약 20% 증가했다.

20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 따르면 분노조절장애는 충동으로 인한 분노와 화를 없애기 위해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정신질환의 일종이다.

이 질환은 환자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지나친 의심·공격성·폭발성을 보이므로 타인과의 건전한 관계 형성을 어렵게 만든다. 심지어 우발적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까지 높인다.

분노가 심해지면 뇌의 교감신경이 잘 조절되지 않아 신체반응까지 흥분하게 만든다. 이렇게 될 경우 합리적인 생각과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되고, 일부 극단적인 사람은 큰 사고를 저지르게 된다.

임명호 단국대병원 심리학과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분노조절장애가 자살 표현 방식의 변형이라고 지적했다. 자살이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라면 분노조절장애는 대상만 타인으로 바뀌었을 뿐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는 비슷한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게 임 교수의 설명이다.

분노조절장애는 스트레스가 누적되면서 감정 조절이 잘되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외 알코올 중독·전두엽 치매·뇌혈관질환·성격장애도 분노조절장애를 일으키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영철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선 분노조절장애가 어떤 원인으로 발생했는지 본인 스스로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는데 뇌에 문제가 있으면 약물치료가, 외부적인 요인 등으로 인해 발생했다면 상담치료가 각각 이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노조절장애를 예방하려면 어려서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갈등·분노 조절과 관련한 인성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자기 충동을 스스로 조절하는 법을 터득하고,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아이의 잘못에 적절한 훈육이 이뤄져야 올바른 인격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스스로 분노 조절이 어렵다면 정신과 치료를 받아보는 게 바람직하다"며 "정신과 치료라고 해서 결코 부끄럽거나, 떳떳하지 못할 일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자가진단을 통해 분노 조절이 조금 어려운 단계가 나왔다면 소리 내서 울기·편지 및 일기 쓰기 등을 통해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눈물은 스트레스에 의한 카테콜아민을 배출시켜 마음에 안정을 주고, 분노할 때의 감정을 글로 옮기면 객관적으로 감정을 파악할 수 있어 통제력을 생기게 한다"고 말했다.

충동(분노)조절장애 자가진단법 기준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본인 스스로 체크 후 ▲ 어느 정도 충동 조절 가능(1~3개) ▲ 충동 조절이 조금 어려움(4~8개) ▲ 전문의와 심리상담 필요(9~12개)로 분류하면 된다.

연합뉴스

충동(분노)조절장애 자가진단
[삼성서울병원 제공=연합뉴스]



k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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