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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한국도 때이른 6월 폭염… 제트기류의 심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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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북반구서 들쑥날쑥 요동… 中 뜨거운 공기 계속 불러와

그나마 찬 공기도 함께 머물러 밤 되거나 낮에도 그늘은 선선

이제 초여름일 뿐인데 한반도가 마치 '건식 사우나'에 갇힌 듯 때 이른 폭염 현상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기상청 무인자동기상관측장비(AWS) 관측치에 따르면 19일 경북 경산의 낮 기온이 섭씨 37.5도까지 치솟는 등 전국 곳곳에서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서울은 올해 6월 중순(10~19일) 일 최고 기온 평균값이 29.2도였다. 역대 가장 더웠던 1994년의 6월 중순 기온(30.4도)보다는 낮지만 1994년 더위에 버금간 지난해 6월 중순 기온(28.1도)보다도 높았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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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여름 폭염은 '제트기류의 심술'에서 비롯됐다는 게 기상 전문가들 분석이다. 기상청은 "지구 북반구 지표면 약 10㎞ 상공에서 빠르게 도는 제트기류가 올해는 유독 사행(蛇行·뱀처럼 심하게 구불거리며 움직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차가운 공기를 머금은 제트기류는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서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를 가르는 울타리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기류가 남쪽이나 북쪽으로 치우치면서 지구 곳곳에 이상 폭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 상층 1㎞ 이하에서 중국 쪽으로부터 열풍이 계속 불어온 것이 최근 폭염의 직접적 원인으로 분석된다. 기상청은 "몽골, 바이칼호수 인근의 제트기류가 북쪽으로 상승하면서 대기 상층과 하층 모두 뜨거운 공기가 들어차 이른바 '열돔(heat dome)' 현상이 일어났다"며 "이에 따라 중국 중남부 지역에서 섭씨 30도 넘는 열풍이 계속 불어왔다"고 말했다.

기류 정체 여파로 장마도 예년보다 늦게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장마의 평년 시작일은 제주의 경우 이달 19~20일, 중부에선 24~25일쯤이다. 이번 주부터 제주도를 시작으로 장마가 시작됐어야 정상이지만, 기상청 중기예보(10일 치 예보)를 보면 이번 주중엔 전국이 맑고, 25일에야 전국적으로 장맛비는 아니지만 비 소식이 있다. 장마는 더 늦어져 가뭄 해갈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WMO에선 2020년엔 폭염이 지금의 두 배 이상, 2040년엔 네 배 이상 발생하는 등 기상이변이 점차 심해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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