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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부인 장례식도 안 온 '서류상 남편'…법원 "6.7%만 상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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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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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하던 부인이 숨졌는데도 장례식조차 오지 않았던 남편이 뒤늦게 '내 몫을 달라'며 자녀들을 상대로 상속 재산을 나눠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극히 일부만 받게 됐습니다.

아내가 남긴 재산은 2억 8천여만 원이었지만 분할 대상이 아닌 부분을 빼고, 평소 재산 관리에 남편이 기여한 정도를 따져 셈한 결과 '법적 남편'의 몫은 전체의 6.7%에 불과했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A 씨와 B 씨는 1975년 결혼한 후 1982년쯤부터 별거했습니다.

자녀 3명은 모두 부인 B 씨가 양육했습니다.

A 씨는 공장을 운영하면서도 부인 B 씨에게 자녀 양육비나 생활비를 주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가족들에게 아무 연락없이 공장을 옮겨가며 부인이 자신의 거처를 알 수 없게 했습니다.

A 씨는 부인을 상대로 이혼 소송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A 씨가 이혼 사유를 제공한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이혼 청구가 기각돼 두 사람은 법적인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사이로만 남았습니다.

B 씨는 심부전증으로 투병생활을 하다 2010년 5월 숨졌습니다.

A 씨는 장례식에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평생 가족을 '나 몰라라'하며 살아온 A 씨는 그로부터 5년 뒤인 2015년 자녀들을 상대로 부인이 남긴 재산 2억 8천여만 원 중 자신의 상속분을 분할해 달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자녀들은 모친의 재산 중 자신들의 기여분을 인정해 달라며 맞소송을 냈습니다.

소송을 심리한 서울가정법원 가사 4부는 B 씨의 장녀와 장남이 모친의 재산 유지와 증가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사실을 인정해 두 사람의 기여분을 각각 40%로 인정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직장 생활을 하며 모친에게 매달 생활비를 지급했고, 일정 기간 어머니와 같이 살거나 병간호를 한 만큼 그 기여도를 인정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B 씨의 상속 재산 중 장녀와 장남의 기여분 40%씩 총 80%를 제외하고 나머지 20%인 5천760만 원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봤습니다.

이 가운데 자녀와 배우자의 법정 상속분에 따라 A 씨에게는 3/9에 해당하는 1천920여만 원을 분할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당초 A 씨가 의도한 대로 2억 8천800만 원 전체를 분할 대상 재산으로 봤다면 그에게 돌아갈 몫은 9천600만 원이었지만 심리 과정에서 분할 대상이 쪼그라들면서 상속 재산이 크게 줄었습니다.

전체 재산을 놓고 보면 A 씨가 챙긴 건 약 6.7%에 불과한 셈입니다.

법원은 "남편이 법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배우자 사망 후 법정 상속인으로 인정된다 해도 자녀 등 다른 상속인들의 기여분이 상당 비율로 인정되는 경우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상속재산이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원 관계자는 "고인이 유언을 남기지 않고 사망한 경우에도 재산 분할에 있어 공동 상속인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한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민경호 기자 h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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