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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교육복지체험기] ④ 학교 내 대안교실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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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학과 꿈을 심어준 학교 내 대안교실"

세계일보

나는 고등학교 1학년 1학기까지만 해도 착실하게 학교생활을 했다고 자부한다. 수업시간 공부가 그렇게 어렵지 않았고, 성적도 어느 정도는 유지했다. 굳이 친구들과 차이를 찾자면 큰 키와 훈훈한 외모 정도?

그런데 엄마에게 받은 한 통의 문자메시지가 내 삶을 변화시켰다. 평소처럼 친구와 함께 피씨방에서 놀고 있었는데 “맨날 늦을 거면 용돈을 끊는다. 그럴 거면 집에 들어오지 마라”는 내용의 문자였다. 심심찮게 일어나는 일이었지만 그날은 유독 문자메시지로 심사가 뒤틀렸다. 고등학교 1학년 정도면 귀가 시간은 자식이 알아서 하도록 맡겨도 되지 않나 싶었다.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너무 어린 애 취급하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엄마 말대로 그날부터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며칠 뒤 엄마를 만나 집에 들어갔지만, 이내 짐을 챙겨 다시 가출했다. 친구네 집과 찜질방을 전전하기 시작했다. 가출 생활이 길어지면서 학교도 가지 않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친한 친구 ○○과 과학 선생님이 우연을 가장해 나를 찾아왔다. 선생님은 나의 어깨를 툭 치며 “돈은 있나? 힘들면 말하래이. 학교는 나온나. 집에는 들가고”라고 말씀하셨다. 평소 좋아하는 선생님의 몇 마디 말씀은 나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군말 않고 가출 생활을 접고 학교로 돌아왔다.

그러나 두 달간 학교를 비우니, 그 동안 나간 진도를 따라갈 수 없었다. 수업시간에 알아듣지 못하는 영어단어, 수학공식들이 머리를 겉돌았고, 수업시간은 점점 재미가 없어졌다. 나는 수업시간에 잠만 자는 학생이 됐다. 이후 나는 모든 선생님에게 골칫거리 학생이었다. 선생님들이 여러 번 수업시간에 잠 자고 있는 나를 깨웠지만 나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나를 유심히 지켜보던 한 선생님이 내게 대안교실 참여를 권유했다.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선생님의 집요한(?) 설득으로 대안교실에 참여하게 됐다. 오전 일반교실 수업 때는 잠을 잘 수 있었지만, 오후 대안교실 수업에서는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끊임 없는 미션을 수행하느라 오후 내내 학교 곳곳을 돌아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과학 실습실, 운동장, 강당까지 온통 대안교실 무대였다.

신기한 것은 간단한 퀴즈를 맞히거나 짧은 시를 암기하는 미션을 수행하며 점점 자신감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학교 근처 동네에서 쓰레기를 줍고 동네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세 번 듣는 미션을 수행하면서 학교가 점점 재밌게 느껴졌다.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다보니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학교가 재밌어지면서 오전 일반 수업에도 흥미를 갖게 되었다. 내 태도가 바뀌자 선생님들도 나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운명과도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대학교 수업을 들을 수 있는 L.T.I.(Learning Through Internship/Interest)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난 ‘모델학과’ 수업을 들었다. 모델이 돼 런웨이에 선 내 모습을 상상하자 마음 한켠의 망설임이 저 멀리 사라졌다. 모델이 되겠다는 목표가 생긴 것이다. 대학교는 집에서 2시간 거리에 있었지만 수업을 듣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지금의 생활은 너무 즐겁다. 꿈이 생겼기 때문이다. 모델학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힘든 이 시기를 잘 버텨 모델학과에 꼭 들어가고 싶다. 지금의 내 꿈을 만들어준 대안교실에 참여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끝까지 믿어준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웅상고등학교 3학년 이○○

웅상고등학교는 대학입학을 위한 일반교육과정에서 탈피하여, 학생들이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대안교실을 운영해왔다. 대안교실에서는 배움의 즐거움을 잃은 학생들이 수업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움직이는 교실’이 운영되고 있다. ‘움직이는 교실’은 학생들이 학교 곳곳을 돌며 미션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으로, 미션의 내용은 교과내용이나 다양한 공동체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대안교실에는 지역연계 L.T.I.(Learning Through Internship/Interest)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L.T.I. 프로그램은 직업 현장 멘토와 학생을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으로, 단순한 직업체험이 아니라 직업멘토와 학생이 좋은 관계를 맺어가며, 학생 스스로 프로젝트를 설정하고 달성하는 과정에서 성취를 얻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웅상고등학교 대안교실은 학교 안에서 움직이는 교실, 학교 밖에서는 L.T.I.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입시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삶의 길을 모색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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