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 담화’ 고노 요헤이 前관방장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의 주인공 고노 요헤이 전 일본 중의원 의장. 최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15년 말 체결된 한일 위안부합의와 관련해 아베 신조 정권의 진정성 부족을 비판했다. 아사히신문 제공 |
“한일 위안부합의 전반부는 양국 간의 진지한 노력의 산물이지만 후반부의 ‘최종적 불가역적’이란 표현에서 일본의 진정성을 의심받게 됐다. 한일관계는 결국은 일본의 태도의 문제다.”
1993년 당시 관방장관으로서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를 발표했던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중의원 의장이 2015년 말 한일 위안부합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처음 구체적으로 밝혔다. 그는 최근 발간된 월간지 ‘세카이(世界)’ 7월호 인터뷰에서 생각을 털어놨다.
우선 “2015년 위안부합의는 한일 양국 관계자들의 엄청난 노력의 결과”라며 “전쟁에서 희생을 강요당한 위안부 피해자들을 어떻게 돕고 그 상처를 치유할까에 양국 정부가 진지하게 임한 측면이 보인다”고 평가했다. 당시 합의문에는 ‘일본 측은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을 표명한다. … 한일 양 정부가 협력해 모든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해 사업을 한다’고 명기돼 있다.
하지만 합의문 후반부에 일본 정부가 집어넣은 ‘이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된 것을 확인한다’는 대목은 전반부의 피해자와 진지하게 마주하려는 정신과 상반된다고 그는 지적했다. 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사죄 편지를 보낼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털끝만큼도) 없다”고 답변한 것 역시 합의 정신과 배치된다고 말했다.
고노 전 의장은 “한국에서 엄혹한 비판을 받는 것은 이 합의 전체가 아니고 후반 부분, 즉 ‘최종적 및 불가역적’이라는, 마치 ‘문제는 해결됐다. 이제 다시는 거론하지 말라’는 일본 측 자세 때문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마치 ‘이걸로 끝’이라며 ‘인연을 끊기 위한 합의금’을 주는 듯한 태도가 한국인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다. 그는 한국에서 한일 위안부합의에 대해서는 항의를 해도 이른바 ‘고노 담화’의 정신을 부정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며 “위안부합의는 고노 담화를 이어받은 형태로,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진지한 것이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고노 전 의장은 나아가 일본 외교에 대해 1977년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전 총리가 필리핀 마닐라에서 표명한 동남아 정책 기본 3원칙인 ‘후쿠다 독트린’을 되살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후쿠다 독트린은 △일본은 군사대국이 되지 않고 세계 평화와 번영에 공헌한다 △아세안 각국과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신뢰관계를 구축한다 △일본과 아세안은 대등한 파트너로 일본은 아세안 각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한다는 내용이다. 후쿠다 독트린을 한국 중국 등 동북아 국가들에 대한 외교에서도 추구해야 한다는 것.
고노 전 의장은 또 일본 언론이 한국의 문재인 신정권에 대해 ‘반일’ ‘친북’이라며 경계감을 갖고 보도하고 있지만 “그런 단순한 얘기는 아닐 것”이라고도 말했다. 북한에 대해 미국도 중국도 일본도 손쓸 방법이 없는 가운데, 한국에 새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대통령이 나왔다는 점에서 한반도의 긴장을 풀 새로운 출구를 열 가능성에 주목하고 싶다는 의미다. 그는 또 과거 한일관계가 양호했던 시기 대체로 한국은 진보 정권 시대였다며 일본문화 개방 조치가 나오고 한일 월드컵을 공동 개최했던 김대중 정권을 거론했다. 그는 “상대방 국가가 진보건 보수건, 양국 관계는 상대적인 것”이라며 “현재 한일관계가 정체 상황에 이른 데는 일본 측 책임이 작지 않다”고 지적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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