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인터넷 기업 위상이 뚜렷하다. 10년 전만 해도 금융이나 제조업체들이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10곳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 지금은 인터넷 기업 일색이다. 특히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인터넷 기업 시가총액 상위 20곳 중 중국 회사가 7곳이나 이름을 올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07년 글로벌 기업 시가총액 1위는 미국 최대 석유화학 기업 엑슨모빌이었다. 그 밖에 GE, 씨티그룹, 로열더치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대부분 금융사나 중공업 회사들이 상위에 랭크돼 있었다. 10곳 중 정보기술(IT) 기업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AT&T뿐이었다. 10위 중 일본 기업으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곳이 자동차 제조회사인 도요타였다. 중국 기업도 2곳 있었는데 하나는 중국공상은행, 다른 하나는 중국 국유 석유 기업인 페트로차이나였다.
이처럼 금융과 중공업 중심이던 트렌드는 10년 만에 IT 기업 일색으로 바뀌었다. 올해 1분기 현재 시가총액 1위는 미국 애플이 차지했다. 이어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MS, 아마존 등 IT 기업이 4위까지 랭크됐다. 5위가 버크셔해서웨이, 6위 엑슨모빌, 7위 존슨앤드존슨 등이었지만 8위에 페이스북이 랭크되면서 10곳 중 절반을 IT 기업이 차지했다. 금융사와 중공업 회사들이 점령하던 시총 순위를 인터넷 기업들이 치고 올라간 것이다.
특히 중국 인터넷 기업 성장 속도가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벤처투자회사 클라이너 퍼킨스 파트너 메리 미커는 최근 '2017 인터넷 트렌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전 세계 인터넷 기업들 시총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터넷 기업 시총 상위 20위 중 중국 기업이 7곳 이름을 올렸다. 이는 미국(12곳) 다음으로 많다. 일본 기업으로 야후재팬이 20위를 기록해 유일하게 순위에 포함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1위 애플에 이어 알파벳, 아마존, 페이스북 등 미국 인터넷 기업이 상위에 올랐는데 5위는 중국 텐센트가 차지했다. 텐센트는 중국인 9억명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으로 유명한 기업이다. 많은 중국인들이 위챗을 사용해 송금하거나 게임을 내려 받는 등 모바일에서 가능한 대부분 행위를 한다. 텐센트 시총은 1위 애플(8010억달러)에 비하면 절반이 안 되는 3350억달러지만, 7위를 기록한 프라이스라인(920억달러)을 월등히 앞서는 규모다. 올 들어 텐센트 주가 상승률은 43.6%를 기록하며 페이스북 상승률 31.7%를 능가했다.
이어 6위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3140억달러), 10위에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660억달러)가 이름을 올렸다. 이어 알리바바 계열 금융회사 앤트파이낸셜(13위), 알리바바 라이벌 회사인 전자상거래 기업 JD닷컴(14위), 중국 우버라고 할 수 있는 디디콰이디(15위)와 샤오미(17위) 등이 20위 안에 포함됐다.
중국 인터넷 기업들의 이 같은 득세는 중국에서 스마트폰이 대중화하면서 중국인들의 모바일 이용이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인터넷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모바일 인터넷 사용자는 전년보다 11% 증가한 6억9600만명에 달했다. 이용 시간은 무려 30%나 급증했다.
FT도 최근 기사에서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분기마다 시장 전망을 크게 웃도는 이용자 증가세와 이익을 기록하면서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보고서를 발간한 미커 파트너도 "미국과 중국이 인터넷의 다음 장을 열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인터넷 기업들은 내수시장에서 축적한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신사업 발굴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클라우드 사업과 핀테크, 바이두는 모바일 운영체제와 지도 서비스 등에서 이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5조달러로 1년 만에 2배 넘게 성장했다.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위챗페이'는 각각 올 1분기 중국 모바일 결제의 54%와 40%를 점유했다. 중국의 지난해 B2C(기업 대 개인) 전자상거래 총 거래 규모는 전년보다 24% 늘어난 6810억달러였다. 이 가운데 모바일 비중은 무려 71%로 데스크톱을 압도했다.
[조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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