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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리포트+] 스토킹 끝에 살해당한 여성…그녀를 살릴 방법은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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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19일, 송파구 가락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충격적인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한 남성이 도망가는 여성을 쫓아가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겁니다. 이 남성의 잔인한 행각은 아파트 경비원과 주민들이 보고 있는 상황에서도 1분여 동안 계속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자와 가해자는 과거 연인관계였지만, 헤어진 이후에도 가해 남성이 피해 여성을 지속해서 찾아오는 등 스토킹을 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이른바 '가락동 스토킹 살인 사건' 피해자 유족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상황을 짚어보고,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 우발적 살인? 현장에서 나온 과도, 로프, 염산

사건 당일, 아파트 현관 입구 CCTV에는 비명을 지르며 건물을 빠져나가는 피해자를 쫓아가 주차장에서 흉기로 찌르고 도주하는 범인의 모습이 고스란히 찍혔습니다. 현장에는 범인이 남기고 간 흉기와 로프, 나일론끈, 염산 등이 발견돼 계획범죄로 추정됐습니다.

하지만, 이튿날 경찰에 붙잡힌 범인은 정신병을 앓았고 우발적인 살인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도 범인은 "피해자를 스토킹한 사실도, 살해한 기억도 없다. 흉기도 자살할 생각으로 준비한 것으로 살인을 계획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펴 유족의 분노를 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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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재판부는 범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범인은 정신감정을 요구하며 항소했습니다. 항소심은 1년 넘게 진행됐고 지난 23일 열린 마지막 6차 공판에서 검사는 피고인에게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이날 공개된 범인의 정신감정 결과는 '정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30일) 2심에서 재판부는 범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 3개월간 이어진 스토킹…딸 지켜주고 싶었던 아버지

범인은 왜 여자친구였던 피해 여성에게 이런 잔인한 짓을 한 걸까요? 지인의 소개로 만난 두 사람의 악연은 2015년 6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여섯 달 정도 만났지만, 결국 피해 여성이 이별을 통보했고 그때부터 범인은 피해 여성의 회사와 집 앞에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피해자의 거절에도 범인은 휴대전화와 SNS 등을 통해 집요하게 연락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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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의 도움? 스토킹 과태료 8만 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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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민우회가 스토킹 피해 상담 240건을 분석한 결과, 상해·살인미수·감금·납치 등 강력 범죄에 해당하는 사례가 51건(21%)에 달했습니다. 스토킹에 대한 제재 규정은 2013년 3월부터 시행 중인 '경범죄 처벌법'이 유일합니다.

하지만 처벌은 최대 10만 원 이하의 범칙금, 구류 또는 일정 재산을 납부하게 하는 과료형이 전부입니다. 처벌 대상이 되는 기준도 까다롭습니다. 3회 이상 이성 교제를 요구해야 하고, 신고를 당했음에도 지켜보거나 따라다니는 행위를 반복해야 처벌됩니다.

행위가 반복된다 해도 명시적 거절 의사표현이 없었으면 처벌할 수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증거를 피해자 스스로 제출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반복적인 괴롭힘'을 증명하려다 가해자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에 의한 스토킹인 경우, '명시적인 거절 의사표현'을 증명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현행 스토킹 처벌 규정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됐습니다.

■ 7번이나 국회 문턱 넘지 못한 스토킹 관련 법안

다수의 선진국에서는 스토킹 행위에 중형을 선고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1990년대부터 스토킹을 처벌해왔습니다. 미국의 모든 주가 반스토킹법을 제정했고, 1998년부터 인터넷을 통한 스토킹도 처벌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주에 따라 기준은 다르지만 2~4년의 징역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만약 스토킹이 다른 범죄로까지 이어진다면 추가 형량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독일 역시 2001년부터 스토킹을 강력하게 처벌했습니다. 2007년에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을 별도로 만들었는데, 이 법은 가까이 접근하는 행위와 전화로 연락을 취하는 것도 모두 스토킹으로 간주합니다. 신체나 정신 건강에 해를 끼쳤다고 판단되면 3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 선고됩니다.

이웃 일본도 2000년부터 스토킹 규제법을 제정해 징역 1년 이하, 벌금 1,000만 원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스토킹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이 1년 여전부터 꾸준히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는 데 번번이 실패하고 있습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만 스토킹 관련 범죄를 특별법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법안 4건이 발의됐지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습니다. 15대부터 19대 국회까지 관련 법안이 8건 발의됐지만, 모두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철회되거나 폐기됐습니다.

'스토킹'이 사회문제가 되면 관심을 두다가 사회적 관심에서 멀어지면, 법안 처리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던 겁니다. 20대 국회에서는 현재까지 스토킹 처벌 강화와 관련된 4건의 법안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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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구성: 김도균,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김도균 기자 getse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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